[파이낸셜뉴스] 1형 당뇨병을 관리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혈당 수치도, 인슐린 주사도 아닌 바로 '마음 상태'다. 이는 단순한 정신론이 아니라, 당뇨병 관리의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당뇨 진단을 받으면 '이것도 안 돼, 저것도 안 돼'라는 금지 사항들이 쏟아진다. 특히 청소년 환자들에게는 이러한 제약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는다. 구속하면 할수록 반발하는 청소년의 특성상, 금지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어 당뇨 관리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1형 당뇨병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2형 당뇨병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유전적 소질을 가진 사람이 환경적 요인에 노출되어 발생하는 자가면역 질환이다.
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되면서 인슐린 합성과 분비 능력이 점진적으로 감소한다. 따라서 인슐린 주사와 지속적인 관리 기기를 통한 평생 관리가 필요하다. 이는 생활습관 개선만으로도 관리 가능한 2형 당뇨병과 구별되는 중요한 특징이다.
사람들이 단 음식을 찾는 순간을 생각해보자.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행복한 감정을 느끼고 싶을 때, 여유로운 기분에 빠지고 싶을 때다. 이런 자연스러운 인간의 욕구를 단순히 '참아라'라고 억누르는 것이 과연 효과적일까.
1형 당뇨 환자에게 오직 식사 조절, 인슐린 주사, 운동만으로 치료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매일 단것에 대한 집착과 고혈당-저혈당의 반복이라는 악순환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라는 것과 다름없다.
1형 당뇨 관리 초기든 수년간 관리해온 환자든, 수많은 금지 항목이 존재하는 한 절제와 흐트러짐 사이를 오가는 시소 게임을 벗어날 수 없다. 이는 모든 환자에게 힘든 투병 생활을 강요하는 셈이다.
이제는 금지를 기반으로 한 고전적인 당뇨 관리 방식에서 벗어날 때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허용이 오히려 금지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차라리 하고 싶은 대로 전적으로 허용해 스스로 깨달음을 얻게 하는 것이 당뇨 관리에 더 이로울 수 있다.
이러한 변화를 위해서는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의 도움'이 절실하다. 궁극적으로 환자 스스로 '자기 주도적으로 당뇨 관리에 유리한 습관'을 만드는 것이 당뇨 관리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나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애정을 쏟으며 전적으로 신뢰를 보낼 때, 마음은 안정되고 몸의 기능들이 조화를 이룬다. 이때 비로소 '안 먹어도 배부른 상태'가 된다.
'해로운 것을 먹지 말아야 한다', '운동해야만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이로운 것을 먹고 싶다', '건강해지고 싶다', '운동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 이것이 진정한 당뇨 관리의 핵심이다.
금지와 억압이 아닌 신뢰와 허용을 통해, 환자 스스로 건강한 선택을 할 수 있는 마음 상태를 만드는 것. 이것이 1형 당뇨병 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되어야 한다.
/ 인천세종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정선 과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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