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제목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책이 있다. '그러라 그래'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 이 책들이 나에겐 그랬다.
해결되지 않는 일이나 변하지 않는 상황에선 책 제목처럼 그냥 모르는 척, 아예 못 느끼는 척하는 게 차라리 나을 때가 있었다. 이 책들이 모두 베스트셀러인 것을 보면 사람 마음은 모두 비슷한가 보다.
그런데 얼마 전 취재 현장에서도 비슷한 분위기를 경험했다.
웬만한 사고에는 면역이 생긴 탓이랄까.
어느새 사람들은 사고가 나면 처음에는 당혹감을 나타내다가도 다른 방법을 찾는다. 그게 여의치 않을 때는 그러려니 하고 체념하는 경우마저 잦다. 일면 대견(?)하면서도 씁쓸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 사고에서 나타난 시민들의 침착한 반응은 정부에 대한 신뢰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정부 시스템이니 조속히 복구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더 침착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그동안 수많은 사고에 아무리 많은 불신이 쌓였더라도, 정부 시스템에서만큼은 적어도 이렇게까지 오래 '먹통 사태'가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지 않았을 것이다.
주말을 앞둔 지난달 26일 밤 발생한 화재 여파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피해는 광범위하고 복구는 더디다. 정부는 2년 전에도 정부24 등 189개 행정정보 시스템 먹통 사태를 겪은 바 있다. 그럼에도 이번 화재로부터 즉각 복구할 수 있는 대응방안은 마련해놓지 못했다. 최근엔 공무원 업무시스템 해킹 사실이 드러나 또 한번 신뢰에 금이 갔다. 정부 시스템 사고가 반복되면 국민들 사이에 '기대'보다는 '체념'의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인프라 운영과 보안정책까지 단단히 손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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