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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생존전략 '자강론' 확산… "느슨한 한미 동맹 유지하되 맞춤형 다자외교 필요"

송지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20 18:13

수정 2025.10.20 18:13

니어재단 '국가 전략 세미나'
정덕구 "동맹과 연대 강화해
국가 잠재력 스스로 키워야"
윤병세 "美와 동맹을 위대하게
조선·반도체·AI 등 협력 강화"
한국 생존전략 '자강론' 확산… "느슨한 한미 동맹 유지하되 맞춤형 다자외교 필요"
한미 동맹이 위축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자강론'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의 동아시아 전략을 연구하는 싱크탱크 '니어재단(NEAR)'이 20일 '복합 전환기, 한국의 자강지계 (自强之計)'라는 주제로 국가전략세미나를 개최했다.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이날 세미나에서 정덕구 전 산업자원부 장관, 윤병세 전 외교부장관은 반도체·조선 분야의 한미 협력 강화, 일본·호주 등 다자외교를 기반으로 핵 역량 강화 등이 자강을 위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니어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정 전 장관은 개회사에서 "지난 80년간 한국은 전후 미국의 안보 보호막 속에서 번영했다. 그러나 이제는 불가피하게 생존을 위한 자위적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 이사장은 한국이 추구해야 할 자강의 길이 "동맹과 연대 없이 배타적으로 독자적인 생존 방정식을 모색하는 '자주(自主)'와는 다르다"며 "자강은 동맹, 연대와 어우러져 국가 생존을 뒷받침하되 부족한 부분의 잠재력과 억제력을 스스로 키우는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기조연설자로 나선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은 "미국 우선주의에 따라 거래적 측면과 일방주의를 선호하는 트럼프 2기를 현실로 받아들이면서, 트럼프 행정부와 이해를 같이 하는 분야를 확대해 한국이 미국에게 필수적인 동맹임을 각인시켜야 한다"며 기존 한미 동맹을 견고히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 전 장관은 "한미조선협력(마스가·MASGA)을 넘어 마아가(Make America and Alliance Great Again, 미국과 동맹을 위대하게)로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조선·반도체·인공지능·양자컴퓨터·바이오·원전·에너지 등 호혜적 분야의 협력 강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지역 역할 강화에 대한 절충점 모색, 핵 협의 그룹(NCG) 등 양국 간 기존 안보 협의체 지속 등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밖에도 윤 전 장관은 '쿼드'와의 연계, 한중일 협력의 지속적 활용,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전략적 파트너십 확대를 통한 공급망 다변화 및 수출시장 확대 등을 예로 들며 '느슨한 한미 동맹'을 유지하되 맞춤형 다자외교도 필요하다고 했다.

국제 무대에서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는 카드를 가급적 많이 보유할 것도 권했다.
이날 언급된 대표적인 '군사적 자강 카드'는 △현 정부 임기 내 미군이 보유하고 있는 독자적 감시·정찰(ISR) 역량 확보 △향후 전쟁 억제 및 재개입 허용 등 주한 유엔사 역할 점진적 확대 △나토(NATO)식 모델(전술 핵 배치 등 핵 공유)·오커스(AUKUS)모델(핵 추진 잠수함 도입 및 건조)·일본 모델(완전 핵 주기 사전 허용) 등 핵확산금지조약(NPT)체제에 저촉되지 않는 핵 역량 강화 등이다.

jiwon.song@fnnews.com 송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