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입장까지 3시간 대기"… C뷰티 팝업에 20대 여성들 긴줄 [진격의 '메이드 인 차이나]

김현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20 18:22

수정 2025.10.20 18:21

성수동 '플라워노즈' 팝업 [르포]
립제품 4만원대 비싼가격에 놀라
Z세대 팬덤 기반 국내 소비자 공략
'라부부' CJ라방 진출해 품절대란
카피캣 아닌 독창적 IP로 승부
지난 19일 오후 서울 성수동 '플라워노즈' 팝업매장에 입장하기 위해 젊은 고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김현지 기자
지난 19일 오후 서울 성수동 '플라워노즈' 팝업매장에 입장하기 위해 젊은 고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김현지 기자
지난 19일 오후 서울 성수역 지하철 2호선 3번 출구 앞. 성수동 중심거리 입구에 우뚝 선 핑크빛 건물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건물 앞에서는 사람들이 초대형 곰인형 조형물과 사진을 찍기 위해 직원 안내에 따라 줄을 서고 있었다. 건물 내부로 입장하기 위해 웨이팅 등록을 하려는 대기줄도 길게 이어졌다. 10분 정도 기다린 끝에 등록에 성공했다. 하지만 앞 대기팀은 200팀 이상, 예상 소요시간은 3시간 이상이라는 카톡 안내 메시지가 도착했다.



이번 팝업의 주인공은 중국 뷰티 브랜드 '플라워노즈'였다. 한국 진출을 기념해 다음 달 1일까지 성수에 대형 팝업매장을 연 것이다.

■'C뷰티 팝업'에 20대 여성들 몰려

매장 내부는 하늘거리는 리본, 동화풍 곰인형과 레이스 등으로 꾸며져 '중국 브랜드'라는 인식보다 '인스타(그램) 감성'이 강했다. 방문객 대부분은 20대 여성이었다. 대학생 백이현씨(21)는 "유튜브에서 패키지가 화려하고 각인이 섬세하다고 해 몇년 전부터 알던 브랜드"라며 "인스타그램을 통해 팝업 소식을 보고 친구랑 바로 달려왔다"고 말했다. 함께 온 최승정씨(21)도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아기자기한 디자인이 많아서 꼭 와보고 싶었다"고 기대했다.

이번 팝업은 플라워노즈가 공식 한국 홈페이지를 열며 국내 진출을 알리는 첫 행보다. 플라워노즈는 지난 2016년 중국에서 설립돼 '소녀풍 미학'이라는 정체성을 내세워 글로벌 Z세대 팬덤을 확보했다. 지난해에는 중국 화장품 브랜드로는 처음 미국 유통체인 '어반 아웃피터스'에 입점, 3개월 만에 뷰티 카테고리 판매 상위 5위에 오르기도 했다. 명품 패션 브랜드처럼 연간 3~4회 신제품을 출시하는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 중이다.

2층 규모의 팝업 현장은 철저히 '비주얼 중심'으로 구성됐다. 1층에는 화려한 용기 디자인을 컬렉션별로 전시한 쇼룸이, 2층에는 립, 아이섀도 등 주요 제품을 직접 테스트할 수 있는 체험공간이 마련됐다. 제품 가격대는 가장 저렴한 립제품이 2만원대 후반에서 4만원대였다. 국내 주요 브랜드보다 다소 높은 수준이었다. 20대 안모씨는 "코덕(코스메틱 덕후)들 사이에서 유명한 브랜드라서 와봤는데, 중국 제품인데도 생각보다 가격이 높아서 놀랐다"고 말했다.

■카피캣 넘어 소비재 고도화 성공

이처럼 최근 성수·잠실 등 주요 상권에는 'C뷰티·패션' 브랜드의 팝업이 속속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성수동에서 열린 중국 완구 브랜드 '팝마트'의 라부부 팝업도 사전예약 오픈과 동시에 3만명이 동시 접속하며 '온라인 오픈런'을 일으키는 인기를 끌었다. 현재 공식 온라인몰 등에서는 라부부 상품이 대부분 품절 상태로 리셀마켓에서 정가의 5배 이상으로 거래되고 있다.

국내 유통사들도 라부부 판매루트를 확보하기 위해 분주하다. CJ온스타일은 오는 26일까지 진행되는 하반기 최대 쇼핑축제 '컴온스타일'의 일환으로 팝마트와 손잡았다. 지난 17일 진행한 첫 라부부 판매 모바일 라이브 방송에는 접속자 10만명이 몰려 품절사태를 빚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단순 유행이 아닌 '중국 소비재 산업의 고도화'로 평가한다. 과거 카피 전략에 의존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자체 지식재산권(IP)과 디자인 역량을 기반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BTS 뷔, 블랙핑크 리사 등 글로벌 K팝 스타들이 라부부·히로노 같은 중국 캐릭터를 스타일링 아이템으로 활용하면서 국내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며 "중국 브랜드가 패션 시장의 주류로 편입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localplace@fnnews.com 김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