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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뜻 잇는 'KH 유산'… 문화·의료분야에 선한 영향력

권준호 기자,

임수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20 19:00

수정 2025.10.20 21:23

5주기 맞아 사회공헌 재조명
삼성家, 미술품 2만3000점 기증
대중에 공개하며 시장 확대 기여
희귀질환·감염병 치료에도 1조
이재용, 귀국후 추모음악회 참석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리트리버 견종을 돌보는 모습. 삼성 제공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리트리버 견종을 돌보는 모습. 삼성 제공
이건희 뜻 잇는 'KH 유산'… 문화·의료분야에 선한 영향력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은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것이다. 모든 어린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하도록 보살피는 일이 우리의 사명이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

지난 2020년 별세한 이 선대회장이 생전 자주 언급하던 말이다. 그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문화적 소양의 중요성과 어린이들의 행복을 강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고인의 뜻을 기려 유족들이 사회에 환원한 'KH(이건희)' 유산은 미술품 2만3000여 점, 의료기부 1조원에 달한다.

상속세를 포함하면 총 26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유산의 절반 이상이 사회에 환원됐다. 유족들의 결정은 단순한 상속을 넘어 민간의 사회 환원 구조를 제도화한 상징적 사례로 평가된다. '이건희 컬렉션'으로 대표되는 문화예술품 기증과 1조원대 의료기부는 한국 사회의 문화·의료 인프라 확충에 실질적 변화까지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최대 규모 기증…대중 관심까지

20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명예관장 등 유족들은 지난 2021년 4월, 미술 작품 2만3000여 점을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과 지역 미술관에 기증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 기증으로, 국내 미술계가 새 전환점을 맞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체적으로 국보 14건, 보물 46건을 포함한 고미술품 2만1600점은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김환기·박수근·이중섭 등 근대 작가의 작품 1600여 점은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옮겨졌다. 제주·강원·전남·광주·대구 등 지방 미술관에도 주요 작품이 기증되면서, 지역 문화 인프라 확충에도 기여했다.

이러한 '이건희 컬렉션'은 미술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끌어 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21년부터 전국 주요 전시관에서 열린 순회전에는 총 350만명이 다녀가며 국내 미술전 사상 최다 관람 기록을 세웠다. 이제 이건희 컬렉션은 국내를 넘어 미국과 유럽 등 세계 무대로 진출, 오는 11월부터 미국 스미스소니언 아시아미술관을 시작으로 시카고미술관, 영국 대영박물관 등에서 열릴 예정이다.

■ 삼성家 , 1조 기부 왜 했나

'의료기부'도 이 선대회장 유산 중 하나다. 유족들은 치료가 어렵고 재발 가능성이 큰 소아암·희귀질환 환아의 치료, 선진 의료지원 체계 구축 등을 위해 3000억원을 기부했다. 이 금액은 서울대어린이병원 등 전국 의료기관들이 참여해 출범한 '소아암·희귀질환지원사업단'의 토대가 됐다. 현재도 전국 160여개 기관에서 1000명이 넘는 의료진이 참여하고 있다. 소아암·희귀질환 사업은 △소아암 △희귀질환 △공동연구 등 3개 사업부로 구성돼 있다. 이 사업은 2021년에 시작돼 2030년까지 10년간 이어지는 장기 프로젝트다. 사업단은 현재까지 진단·치료·연구 관련 86개의 추진 과제를 진행했다. 지원 받은 환아는 2만2462명이다.


유족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들은 또 전 세계가 고통 받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써달라며 7000억원을 기부했다.
소아암·희귀질환 사업단에 참여하고 있는 주희영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유족의 의료기부를 계기로) 어린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후원이 더 많이 이어질 수 있는 사회적 선순환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임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