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원작의 울림 고스란히… 서편제, 소리극으로 만난다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20 18:32

수정 2025.10.20 18:32

국립정동극장 30주년 기념공연
창극 새 지평 연 고선웅이 연출
국립정동극장 개관 30주년 기념작 '서편제: The Original' 배우들이 지난 17일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1막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뉴시스
국립정동극장 개관 30주년 기념작 '서편제: The Original' 배우들이 지난 17일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1막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뉴시스

동명 소설과 영화로 널리 알려진 '서편제'가 이번엔 소리극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국립정동극장 30주년 기념공연으로 선보이는 '서편제; 디 오리지널'이 지난 17일 개막을 앞두고 언론에 일부 장면을 시연하며 첫선을 보였다.

이번 공연은 이루지 못한 소리꾼의 꿈을 딸을 통해 완성하려는 아비와 앞을 보지 못하게 된 소녀를 중심으로 인간의 한(恨)과 예술의 길을 그린다. '변강쇠 점 찍고 옹녀', '귀토-토끼의 팔란' 등으로 창극의 새로운 지평을 연 고선웅 연출과 한승석 음악감독이 다시 호흡을 맞춰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1막 시연에서는 아비에 의해 시력을 잃은 소녀가 "모질다"며 원망하는 장면이 공개됐다.

아비는 '춘향가'의 이별가 대목을 부르며 자신의 절절한 심정을 전했고, 그 소리는 모녀이자 사제지간인 둘의 복합적 감정과 우리 소리의 깊은 정서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관객의 마음을 울렸다.

고선웅 연출은 이날 "'서편제'는 처음으로 소리와 인연을 맺게 해준 작품"이라며 "좁은 골방에서 북 하나를 두고 소리를 주고받는 사람들의 삶 속에서 오히려 거대한 우주와 인생의 길이 펼쳐진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그 밀도 높은 정서를 무대 위에서 구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은 소리꾼의 관계와 감정을 기존 판소리 눈대목과 연결한 것이 특징이다. 고 연출은 "보통 판소리는 심청이나 춘향처럼 인물의 서사를 따라가지만 이번 작품은 소리꾼들이 부르는 판소리 대목들이 그들의 인생과 한으로 끊임없이 투영된다"고 설명했다. 무대에는 춘향가, 심청가, 흥보가, 수궁가, 적벽가 등 판소리 다섯 마당의 하이라이트인 눈대목과 단가, 민요 등 총 22곡이 등장한다.

고 연출은 "소설의 정서적 흐름을 따라 각 대목을 자연스럽게 배치했다"며 "즐거운 소리 뒤에는 무거운 대목이, 민요와 단가가 교차하는 리듬 속에 감정의 사이클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한승석 음악감독과의 협업을 통해 물이 흐르듯 자연스러운 곡의 배열을 완성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이번 작업을 "소리를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해치지 않으려는 선량한 마음으로 만든 작품"이라며 "예술가가 소리에 모든 삶을 걸었던 그 마음을 잃지 않으려 했다. 그 마음이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작품은 사내가 냉이로부터 아비와 소녀의 과거를 듣는 1막과 소녀를 만나 자신의 지난 삶을 고백하는 2막으로 나뉜다

실제 소리꾼 집안에서 나고 자란 '사내'역 박성우는 "이 작품은 제 인생과 너무 닮았다"며 "연습 내내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며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11월 9일까지 국립정동극장.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