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가 20일(현지시간) 다시 사상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이달 초 미국 재무부가 아르헨티나 페소를 매입하기 전 최저 기록을 다시 갈아치웠다. 미국의 지원도 아르헨티나 페소 추락을 막는 데 역부족임이 입증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라고 부르는 극우 자유주의 경제학자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 중간평가 성격인 의회 중간선거를 앞두고 강력한 지원에 나섰지만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페소는 이날 오전 달러당 1476페소까지 추락했다.
이후 낙폭 일부를 만회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페소는 지난 4월 도입한 환율변동폭 저점에 접근했다.
미 재무부가 지난 9일 이후 세 차례에 걸쳐 페소를 시장에서 매입하며 환율방어에 나섰지만 추락을 막지 못했다. 미국이나 아르헨티나 모두 환율방어 규모를 공개하지 않은 가운데 아르헨티나 이코노미스트들은 약 4억달러가 투입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국은 아울러 양국 간 200억달러 규모 통화 스와프도 발표했지만 페소는 속절없이 추락했다. 이날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세부 내용은 함구한 채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고 확인했다.
친기업 성향의 밀레이 정부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지사 선거 등 핵심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뒤 지난달 시작된 심각한 시장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주도한 미국의 지원이 아르헨티나 투자자들의 달러 수요를 누그러뜨리는 데 실패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투자자들은 밀레이가 오는 26일 의회 중간선거에서 참패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고, 그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달러를 사들이고 있다.
투자자들은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이 바닥을 드러내는 가운데 중간선거 패배 뒤 밀레이가 페소 환율 밴드를 낮출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페소 평가절하다.
아르헨티나 경제 컨설팅 업체 로마노 그룹에 따르면 현재 아르헨티나 금융 당국이 보유한 외환보유액은 부채를 제외하고 50억달러가 채 안 된다.
로마노의 리서치 책임자 살바도르 비텔리는 “시장의 달러 수요는 매우 강한 상태를 지속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면서 “선거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또 환율 방향이 더 명확해지기 전까지 계속 그럴 것”이라고 비관했다.
한편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달 초 페소가 “저평가돼 있다”면서 “싸게 사서 비싸게 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대로면 싸게 사서 더 싸게 팔아야 할 수도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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