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내수 지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식품주는 국내 증시 훈풍에 올라타지 못한 모습이다. 증권가에선 각 회사에 남아 있는 호재와 국제적 상황에 맞춰 주가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고 보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이날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음식료·담배 업종은 -2.89%의 등락률을 보였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11.66% 상승한 것과 비교해 낮은 수치다. 해당 기간 코스피 업종 지수 전체 35개 중 8개 지수만이 하락했는데, 음식료·담배 업종이 가장 하락 폭이 컸다.
앞서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침체기를 오래 겪고 있던 내수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 바 있다. 정부는 내수 활성화를 골자로 지난 7월과 9월 두 차례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에 위축된 내수를 살리기 위한 정책이었다.
최근 정책에 따른 내수 회복 효과가 보이는 상황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 2·4분기 민간소비는 전기보다 0.5% 증가했으며, 지난달 국내 카드 승인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8.5% 늘어 올 들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비롯한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추경)이 풀린 영향이다.
하지만 식품주는 힘을 못 쓰고 있다. 소비 지수가 오르는 등 내수 회복 조짐이 보였지만, 음식료 산업이 직접적인 수혜를 입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이경신 iM증권 연구원은 “7월 소비 쿠폰 등 내수 진작에도 불구하고 음식료 산업에의 효과는 미흡했다. 명절 및 성수기 효과도 제한적이었다”며 “3·4분기는 내수 소비 관련 침체 지속에 따른 아쉬움이 있다”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선 내수 진작이 일시적인 것이 아닌 장기화에 드는 것과 동시에, 원재료 가격이 안정화되는 연말과 내년을 주목하고 있다. 식품주 대부분이 이미 해외에서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만큼, 내수 회복에 더불어 원재료 가격까지 유리해지는 시점이 올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 국제 곡물가격 안정과 유가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원가 부담이 완화되는 상황이다.
이에 식품 기업들은 일단 해외에 집중하며 국내 시장 회복세를 관망하고 있다. 오뚜기는 기존 내수 시장 의존도가 높은 사업 구조를 개선키 위해 해외 진출을 꾀하고 있으며, 미국과 베트남 등 해외 부문의 영업실적이 성장 중이다. CJ제일제당 역시 미주 시장에서 견조한 점유율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마진은 투입 원가별 효과 정도가 상이하지만, 일부 원재료를 제외하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지금으로선 가동률 및 고정비가 중요하다”며 “올해 추정치 및 내년 예상 성장률을 고려했을 때, 식품주는 선별적인 주가 움직임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정한솔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내 소비 심리가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으나 더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아직 뚜렷한 회복 시그널이 부재한 상황인 만큼 실적 개선 가시화 시점에 주가가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관측했다.
yimsh0214@fnnews.com 임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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