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믿다 집 못 산 트라우마 자극
자신은 갭 투자로 집 샀다는 의혹도
자신은 갭 투자로 집 샀다는 의혹도
10·15 부동산 대책의 효력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설계한 당국자가 논란이 되는 발언을 하면서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이 20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 "지금 사려고 하니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라며 "집값이 떨어지면 그때 사면 된다"고 말하면서다. 실수요자들의 구매여건이 악화된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어서 파장은 더 크다.
이 차관은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동요하는 실수요자의 불안감을 달래려는 뜻에서 이런 말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발언은 책임 있는 공직자가 했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가벼웠고, 정부가 강조해온 주거안정 기조와도 거리가 멀었다.
더 큰 문제는 이 차관의 발언이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가격에 대해서는 정부가 상승이나 하락을 예측할 수도 없고, 예측해서도 안 되는 영역이다.
주택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움직인다. 거래의 투명성을 위해 정부가 주택시장에 개입할 수 있지만 도가 지나치면 시장 기능이 왜곡될 수밖에 없다. 과거 '집값이 곧 잡힐 것'이라는 정부 말만 믿다가 무주택자로 남은 이들이 적지 않다. 이 차관의 이번 발언이 그때의 트라우마를 다시 자극한 셈이다.
시장 신뢰가 흔들리는 가운데 이 차관이 과거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 투자'를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본인 명의의 집을 '갭 투자자'에게 팔아 시세차익을 남겼고, 배우자는 고가 아파트를 전세를 끼고 매입했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입주 시점이 맞지 않아 부득이했다"고 해명했지만 갭 투자 대책을 설계한 인물이 갭 투자에 관여했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충격을 받았다.
여론이 악화되자 정치권도 즉각 반응했다. 국민의힘은 21일 정부의 부동산대책을 '주거 사다리 걷어차기'와 '내로남불'로 규정하며 여당을 집중 공격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열불 나는 유체이탈 발언"이라고 했고, 김은혜 정책수석부대표는 "진정한 서민 약탈"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메신저를 공격하지 말고 부동산 대책의 본질을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여야의 첨예한 대립이 국민들의 불만을 대변하는 측면도 있겠지만 대안 없는 정치적 공방만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대출·세금으로 수요를 억제하는 단기처방이 아니라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하고 신규 택지를 확보하는 실질적 공급 비전이다.
때마침 여야가 제각각 부동산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지혜를 짜내 시장의 불안을 잠재울 진정한 주거안정책을 찾아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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