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미성년자의 부동산 '엄빠찬스', 계엄과 6·27대책 직후 급증했다

전민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23 15:00

수정 2025.10.23 15:01

0~18세 미성년자의 소유권이전등기 신청
'계엄 사태' 12월, 전월 대비 45% 증가
현 정부 '투기 근절' 강경 태도에 서둘러 증여
강남3구·용산구가 취득 건수 상위권 휩쓸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연관이 없음. 사진=연합뉴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연관이 없음.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정권이 불안정하거나 부동산 규제가 강화될 때 미성년자들의 서울 부동산 취득이 활발하게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 상승세에 보유세 강화 우려가 맞물려 '엄빠 찬스'가 늘어났다는 관측이다.

23일 본지가 법원 등기정보광장의 소유권이전등기(매매) 신청 매수인 현황을 분석한 결과, 0~18세 미성년자가 서울 부동산(건물·집합건물·토지)을 취득한 건수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7월, 9월 눈에 띄게 증가했다.

2024년 하반기 월별 추이를 살펴보면 50건(7월)→59건(8월)→54건(9월)→44건(10월)→51건(11월)→74건(12월)으로 집계됐다. 윤석열 정부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었던 12월에는 전월 대비 45.1% 급증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계엄 사태 이후 정권 교체 가능성이 높아지자 부모들이 자녀들의 부동산 취득을 서두른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들어서는 달마다 46건(1월)→61건(2월)→44건(3월)→60건(4월)→59건(5월)→59건(6월)→74건(7월)→62건(8월)→73건(9월)의 취득이 이뤄졌다. 7월에는 전월 대비 25.4%, 9월에는 전월 대비 17.7%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서도 48%(7월), 35%(9월)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 6월 4일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고강도 대출 규제 방안을 담은 6·27 부동산 대책과 공급 확대를 중심으로 한 9·7 대책을 연달아 내놨다. 그 과정에서 '30억원 이상 초고가 주택 거래 전수조사' 등 투기 근절에 대한 강경 목소리를 연일 쏟아냈다. 지난 15일에는 규제지역·토지거래허가구역을 대폭 확대하고 대출을 더 옥죈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으며 보유세 강화 등 부동산 세재 개편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됐다. 이에 '현금 부자'들이 '세금 폭탄'을 예방하는 한편,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르기 전 자녀의 부동산 취득을 도와야 한다는 것으로 보인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정국이나 시장이 불안한 시기에는 매매보다는 증여를 많이 선택 한다"며 "규제가 세게 나올 것 같을 때 규제를 피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또 "집값이 떨어질 시기에는 굳이 증여를 할 필요가 없다"며 "집값 상승을 예측한 움직임으로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미성년자의 부동산 취득은 고가 부동산이 몰려있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에서 두드러졌다. 올해 7~8월 현황을 지자체별로 살펴보면 강남구와 서초구가 각 16건으로 가장 많았고 송파구와 용산구가 각 15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들 지자체 4곳은 모두 지난 3월 일찍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반면 강동구와 중구에서는 2건에 그쳤다.
'엄빠 찬스' 역시 양극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