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노동복지

산재, 보상보다 예방이 최선책…"노동시간·강도 함께 고려해야" [과로死회 (하)]

김예지 기자,

박문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22 18:30

수정 2025.10.22 18:30

이재명 대통령이 산업 재해의 원인으로 '안전비용 절감'을 지적하고, 정부는 현재 평균 7개월인 산재 처리기간을 120일로 단축하는 국정과제를 세웠지만 전문가들은 보다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보상이 아니라 예방 중심으로 산재 체계를 전환해야 한다는 취지다. 또 과로사와 질병 산재를 줄이기 위한 노동시간 단축 과정에서 근로자들도 임금조정을 받아들여야만 사회적 합의가 가능하다는 조언을 했다.

22일 이승욱 근로복지공단 근로복지연구원 연구위원은 "획기적 제도개선이 없는 한 질병처리 기간 단축 등 공단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근로자 건강검진 데이터와 업무상 질병 데이터를 결합해 업무상 질병 예방 및 개입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공단이 건강보험, 산업안전보건공단 등 유관 공공기관과 협업을 늘일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대기업과 정규직, 5인 미만 사업장, 비정규직 사이의 격차가 커지면서 산재 문제가 더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과로사 등 각종 산재의 원인으로 52시간을 초과한 노동이 지목되는데, 대기업·정규직 노동시간의 경우 대부분 이 시간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정해명 노무사는 "노동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게 핵심"이라며 "외국인 근로자와 하청업체에서 52시간을 초과해서 일하는 경우가 꽤 많지만, 원청 업체와 관계에서 발생된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이 부분을 우선 개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 노무사는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산재 예방을 위한 비용 마련은커녕 교육조차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점도 비판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중기부 산재예방 프로그램에 참여한 중소기업 수는 2122곳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중소기업이 829만9000여곳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에 못 미치는 수치이다.

그러나 노동시간이 감소할 경우 실질 임금도 동시에 삭감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턱대고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도 쉽지 않다.

군산대 명예교수인 안홍섭 한국건설안전학회장은 "과로사의 간접적인 원인 중 하나가 임금 문제"라면서 "임금이 낮으면 일을 더 많이 해야 하는데 생산직 근로자일수록 52시간 제한을 넘어서고 심지어는 '투잡'을 뛰는 것도 수입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안 회장은 이어 "신체적 한도를 초과해서 일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 즉 저임금 문제가 과로사의 원인"이라며 "산재 문제를 개혁하는 과정에서 노동시간 감축과 함께 노동 강도를 좀 더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제 산업재해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에 기인한 과로사의 기준인 노동시간을 산출할 때 야간에 일한 경우 30%를 가산 계산한다.
다만 고강도 노동에 대해선 가산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권고했다.

mj@fnnews.com 박문수 김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