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22일(현지시간) 세계 최초로 '검증 가능한 양자 우위'를 실현한 알고리즘 '퀀텀 에코스(Quantum Echoes)'를 구현했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슈퍼컴퓨터가 현실적인 시간 안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양자컴퓨터가 처리할 수 있음을 실제로 입증한 성과다.
구글은 자체 개발한 양자 칩 '윌로우(Willow)'를 이용해 이 알고리즘을 구현했으며, 관련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윌로우는 지난해 구글이 공개한 초전도 기반 양자칩으로, 당시 세계 최고 성능의 슈퍼컴퓨터 '프런티어(Frontier)'가 10의 24제곱년(10셉틸리언년) 이상 걸릴 연산을 단 5분 만에 수행했다고 발표돼 업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이번 '퀀텀 에코스' 실험에서는 윌로우가 슈퍼컴퓨터가 실행하는 최고 수준의 고전 알고리즘보다 1만 3000배 빠른 속도로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구글은 이번 결과가 단순한 속도 비교를 넘어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다른 양자 컴퓨터로도 동일한 결과를 반복·검증할 수 있는 알고리즘"이라며, 진정한 의미의 '검증 가능한 양자 우위'라고 강조했다.
구글은 이미 2019년 첫 '양자 우위'를 달성했다고 선언했지만, 당시에는 검증이 불가능하다는 한계로 논란이 일었다. 이번 연구는 그 한계를 완전히 극복한 셈이다. 구글은 "당시엔 연산 데이터의 0.1%만 정확해도 성과로 인정받았지만, 이번에는 오류율을 0.1% 미만으로 낮춰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성과는 단순한 이론적 돌파가 아니라 산업 응용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구글은 퀀텀 에코스 알고리즘이 신약 개발, 신소재 과학, 핵융합 에너지 연구 등에서 현실적인 문제 해결에 직접 적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자기공명영상장치(MRI)의 기반 기술인 핵자기 공명(NMR) 원리를 '분자 눈금자'로 활용함으로써 분자의 구조를 더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차세대 배터리 설계, 신약 후보 물질 탐색, 신소재 특성화 등 기존 슈퍼컴퓨터로는 불가능했던 계산을 가능케 할 것으로 기대된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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