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소액주주 7%뿐인 조광피혁…47% 자사주는 '죽은자본' 신세

뉴스1

입력 2025.10.23 05:50

수정 2025.10.23 05:50

조광피혁이 생산하는 가죽 제품을 생성형 AI 쳇GPT로 제작
조광피혁이 생산하는 가죽 제품을 생성형 AI 쳇GPT로 제작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편집자주]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담긴 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면서 자사주 보유 비중이 높은 기업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스1>이 전수조사를 한 결과 국내 상장사 중 자사주 보유율이 높은 100대 기업의 84%가 중소·중견기업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자사주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것은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유독 중소·중견기업이 자사주를 많이 보유하고 소각조차 하지 않는 이유는 결국 승계나 경영권 강화를 위한 일종의 편법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뉴스1>은 상대적으로 언론과 사회의 감시에서 비껴나있는 중소·중견기업의 자사주 보유 현황과 지배구조를 회계전문가와 함께 직접 분석해봤다.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업력 90년에 달하는 가죽 제조·가공업체 조광피혁(004700)이 2000년대에 자사주를 집중 매수하면서 소액주주 비율이 크게 감소했다. 25년 전보다 11분의 1로 줄어든 상태.

반면 자사주는 47%에 육박하고 오너 일가의 보유 지분도 30%를 넘겨 소액주주의 의견은 전달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자사주를 투자나 주주 환원에 사용하지 않고 금고 속에 쌓아두는 '죽은 자본'으로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조광피혁에 따르면 현재 회사의 자사주 보유율은 46.57%로 코스피, 코스닥을 통틀어 국내 시장에 상장된 중소·중견기업(금융회사 제외) 중 3위다. 지길순 전 대표를 비롯해 지 전 대표의 아들인 이연석 현(現) 대표 등 오너 일가의 지분율도 30.65%에 달한다.

조광피혁은 1996년을 시작으로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자사주를 집중적으로 사 모았다. 2000년대에 매입한 자사주 규모는 343만 3100주로 총발행주식 수의 51.6%에 달한다. 가장 최근에 자사주를 매입한 것은 2018년으로 3만 9628주를 30억 원 규모에 취득했다.

이 기간 중 자사주 소각은 22년전인 2003년에 20만 주를 태운 것이 유일하다.

회사는 자사주를 도로 내다판 적도 있다.

일례로 2009년 9월 '추가 운영 자금 확보를 통한 자본 건전성 강화'를 이유로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중 23만 6000주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2015년에는 유통주식 물량 확대를 목적으로 자사주 6만 8500주를 장내 매도하기도 했다.

강대준 인사이트파트너스 대표회계사는 "자사주는 본래 주가 안정이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일시적으로 취득하는 것"이라며 "조광피혁의 자사주는 20년 넘게 잠겨 있으면서 이같은 주주가치 제고의 본래 목적과 달리 경영권 방어와 지배력 강화라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회사의 자본을 생산적인 투자나 주주환원에 사용하지 않고 금고 속에 쌓아두는 '죽은 자본'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7% 불과한 소액주주…대표는 차명주식 보유 드러나

조광피혁의 오너 일가는 2022년 차명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조광피혁은 2022년 8월 직전 5개년 사업보고서를 모두 정정했는데, 이에 따르면 이연석 대표는 2017년 지분율 4.05%에 해당하는 26만 9479를 취득했으나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

사업보고서 정정에 따라 이연석 대표는 최대 주주에 올랐다. 차명주식이 드러나기 전까지 최대 주주는 '주식 농부'로 알려진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였다.

이에 따른 현재 오너 일가의 지분율은 30.65% 규모다. 이연석 대표가 최대 주주로 15.34%를 보유하고 있고 그의 어머니인 지길순 전 대표가 9.62%, 친인척인 이홍석 씨가 5.69%를 보유하고 있다.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가 12.67%를 보유해 오너 일가가 아닌 인물 중에서는 유일하게 '5% 이상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박 대표는 2006년부터 조광피혁에 투자하면서 회사측에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도 주주서한을 통해 회사측에 자사주 전략 매각과 배당 확대를 요구한 바 있다.

조광피혁의 자사주 매입과 오너일가의 차명까지 동원한 지분 확대 속에 소액주주의 지분은 크게 감소했다.

조광피혁의 2000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소액주주 지분율은 77.65% 규모였다. 하지만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조광피혁 소액주주가 보유한 지분은 6.87%에 불과하다.

올해 3월 열린 제59기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한 개인주주들은 자사주 소각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와 현금 배당을 요청했으나 6.87%에 불과한 소액주주의 목소리가 반영되긴 어려운 구조다.

강대준 회계사는 "자사주가 소액 주주의 목소리를 억압하는 도구가 됐다"며 "자사주와 오너 일가의 지분을 합치면 약 78%로 나머지 주주들이 아무리 합리적인 의견을 내도 이사회에 닿을 수 없는 구조적 장벽이 세워진 것"이라고 짚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조광피혁은 공시를 통해 자사주의 취득·처분·소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향후 경영 환경 및 주주가치 제고 등을 고려해 필요시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이다.

<뉴스1>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에 대한 처분 계획 등을 묻고 기사에 대한 반론권을 보장하기 위해 조광피혁의 IR담당자를 비롯 공식 번호로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주주 환원 대신 미국 투자 집중한 조광피혁

조광피혁은 자동차 시트용 원단을 주력 제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해당 제품의 매출 규모는 조광피혁 전체 매출의 약 96%를 차지한다.

하지만 조광피혁은 본업보다 투자로 더 주목받는 기업이다.

2013년 버크셔해서웨이에 약 856억 원을 투자한 조광피혁은 올해 6월 30일 기준 보유 가치는 약 2778억 원에 달한다고 신고했다. 같은 해 156억 원을 투자한 애플에 대한 보유 가치 역시 약 890억 원을 기록했다.

2016년 16억 원을 투자한 뱅가드 S&P500 역시 약 49억 원의 가치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현금 배당에는 인색했다.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조광피혁의 현금·현물 배당 공시는 △2010년 △2011년 △2012년 △2017년 △2021년 △2022년 6차례다.

2010년부터 2012년, 그리고 2017년까지는 1주당 100원, 2021년과 2022년은 1주당 300원을 배당했다. 이에 대한 시가배당률은 최저 0.24%(2017년)에서 최대 1.39%(2010년)로 일반적인 정기 예금 금리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강대준 회계사는 "본업인 피혁 사업은 정체되거나 이익이 감소하는 반면 회사의 가치는 버크셔해서웨이와 애플 주식 등 미국 투자 자산이 떠받치고 있다"며 "이는 가죽 제조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주주들에게 매우 혼란스러운 신호를 준다"고 지적했다.


한편 조광피혁의 올해 상반기 누적 매출액은 약 52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약 14억 원으로 21.6% 감소했다.


*본 기획은 <뉴스1 퍼스트클럽> 자문위원이자 벤처·스타트업 전문가인 강대준 인사이트파트너스 대표회계사의 자문을 거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