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기술 패권 충돌, 공급망 불안 가속
네덜란드 조치 후 中 보복성 수출 금지
범용 반도체 '없으면 생산 중단' 우려
글로벌 완성차, 대체 공급망 점검 착수
차량용 반도체 주요 공급사인 넥스페리아의 제품이 중국 정부의 수출 금지 조치로 출하가 중단되면서, 폭스바겐·BMW·도요타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의 생산 차질이 현실화하고 있어서다.
◆중국 vs 네덜란드 갈등이 불씨
23일 업계에 따르면 넥스페리아는 네덜란드 NXP에서 분사한 회사로, 차량용 다이오드·트랜지스터 등 범용 반도체 시장에서 세계 1~2위를 차지한다.
이들 부품은 엔진 제어, 조향·제동, 조명,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등 핵심 기능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2019년 중국 전자기업 윙텍이 넥스페리아를 인수한 뒤 미·중 간 기술 갈등이 심화됐다.
지난달 네덜란드 정부가 기술 유출을 우려해 '상품 가용성법'을 발동, 넥스페리아 경영권을 관리하자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한 대응으로 자국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의 해외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이에 따라 폭스바겐은 골프 생산라인의 일부 가동을 중단했고, BMW·스텔란티스·혼다 등도 공급 영향을 조사 중이다. 현대차그룹과 국내 주요 부품사 역시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넥스페리아는 대리점들에 일부 제품 출하 중단을 통보했으며, 도요타와 덴소는 대체품을 검토 중이다.
넥스페리아의 제품은 단가가 낮지만 차량 한 대당 수백~수천 개가 탑재되는 필수 부품이다. 단일 부품의 공급 차질만으로도 조립라인 전체가 멈출 수 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는 "넥스페리아 반도체 재고는 수주일 분에 불과하다"며 생산 중단 가능성을 경고했다.
◆"코로나 당시 와이어링 하네스 품귀 재현"
이번 사태는 지난 2020년 중국 봉쇄로 와이어링 하네스 공급이 끊겼던 사례와 구조적으로 유사하다.
당시 현대차와 기아는 생산량을 감축했고, 폭스바겐은 공장을 멈췄다. 특정 지역에 집중된 생산 구조가 산업 전반의 취약점으로 지적됐다.
현재 넥스페리아의 반도체 후공정은 약 80%가 중국 공장에서 이뤄진다. 이 때문에 중국의 수출 제한은 사실상 전 세계 공급망을 동시에 압박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넥스페리아 사태는 단순한 기업 분쟁이 아니라 미·중 기술 경쟁이 직접 산업 생산에 영향을 미친 사례"라며 "한국 기업들도 공급망 다변화와 리스크 대응 전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eesuk@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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