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 추심·압류 채권에 대한 이행 소송 제기 가능"
25년 만에 새로운 법리 제시
25년 만에 새로운 법리 제시
[파이낸셜뉴스] 채무자가 추심명령 또는 압류 대상이 된 채권에 대해 이행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왔다. 피압류채권에 관한 채무자의 당사자적격을 인정하지 않은 기존 판례를 25년 만에 변경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조희대 대법원장)는 23일 채무자의 채권에 대해 추심명령 등이 있는 경우 채무자가 피압류채권에 관한 이행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지 문제가 된 사건에서 "당사자적격을 상실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국제징수법에 의한 체납처분에 따른 압류에 대해서도 이같은 법리가 적용된다고 봤다.
철근 콘크리트 공사업을 하는 A사는 공사를 진행하면서 부족한 돈을 B씨에게 빌렸다.
A사는 B씨가 기성금에서 공사 관련 제비용을 공제하고 투자금을 회수하기로 한 약정을 지키지 않고 전액을 빼갔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B씨가 부당이득금을 반환해야 한다는 예비적 주장도 펼쳤다.
문제는 재판 과정에서 다른 채권자가 A사의 채권을 추심·압류하면서 불거졌다. B씨는 A사의 채권에 대한 새로운 추심명령 등이 있던 점을 들어 A사가 소송을 제기할 당사자적격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추심명령과 체납처분에 의한 채권압류가 있더라도 원고가 그 채권에 관해 이행의 소를 제기할 당사자적격을 상실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채무자가 피압류채권에 관한 이행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추심명령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추심명령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채무자가 이행의 소를 제기할 당사자적격을 상실한다고 볼 법률적 근거도 없다"고 부연했다.
'추심명령이 있으면 제3채무자에 대한 이행의 소는 추심채권자만 제기할 수 있고, 채무자는 피압류채권에 관한 이행의 소를 제기할 당사자적격을 상실한다'는 기존 판례를 깨고, 25년 만에 새로운 법리를 제시한 것이다.
13인의 대법관 중 노태악 대법관은 판례를 변경해야 할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유일하게 반대의견을 냈다. 노 대법관은 "추심명령이 있더라도 채무자가 이행의 소를 제기할 당사자적격을 유지하면, 추심 채권자의 추심권능에 중대한 제약이 초래된다"며 "추심채권자의 권리 실현을 최대한 보장하고자 하는 민사집행법 취지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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