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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수출 막힌 K원전… 美 통제장벽 낮출 국가 전략 필요

이유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23 18:32

수정 2025.10.23 18:31

웨스팅하우스 불공정 계약 논란
美 '원자력 수출통제법'이 족쇄
한전·한수원 세계적 경쟁력 입증
원전수출 가능성 여전히 열려있어
K원전, 美 법으로부터 독립하려면
외교·법·산업적으로도 지원 나서야
독자수출 막힌 K원전… 美 통제장벽 낮출 국가 전략 필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한전·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간 협정 개정을 사실상 포기한 이유로 미국의 원자력 수출통제법이 꼽힌다. 한전·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가 제시한 조건을 맞춰주지 않으면, 미국이 수출통제법을 근거로 수출 자체에 제약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웨스팅하우스의 경우 독자적 시공능력을 거의 상실했다는 점에서 국내 원전 시공업체나 기자재 업체들에는 수출 길이 여전히 열려 있다는 분석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원자력법(Atomic Energy Act)과 핵확산금지법(Nuclear Non-Proliferation Act) 등 법률 체계를 통해 자국이 개발했거나 라이선스한 원자력 기술의 해외 이전과 재수출을 엄격히 관리해 왔다.

해당 조항에 따라 미국 기업 또는 미국 기원이 포함된 원전 설계, 부품, 연료 및 기술은 미국 정부의 허가가 있어야 타국으로 이전될 수 있다.

이른바 '123 협정(Agreement for Cooperation)' 체결이 미국과 외국 간 원전 협력의 기본 조건이다. 우리나라와 미국 역시 이러한 틀 안에서 원자력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한미 원자력협정은 한미 간 원전 협력의 법적 기반을 제공하지만, 미국이 제공한 기술 또는 미국 설계가 포함된 원전 수출 및 기술이전 시에는 미국의 승인권이 여전히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한국이 자체 설계·제작 역량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수출시장 진입이나 기술자립을 추진하는 데 있어 '보이지 않는 족쇄'가 되고 있다는 의미다.

한전·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와의 합의서가 불공정 계약이라고 판단했음에도 서명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웨스팅하우스와 합의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수출 통제권을 행사해 수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원전 산업의 독립을 얻기 위해서는 미국의 수출통제법 장벽을 최소화하는 외교·법·산업적 전략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한전·한수원 차원이 아닌 국가 차원의 문제라는 점에서 우리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전·한수원의 원전 수출이 '웨스팅하우스'라는 걸림돌을 피할 수 없게 됐지만, 우리 기업의 원전 수출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1979년 스리마일섬 사고 이후, 미국 내에서 신규 원전 건설이 약 30년간 중단되면서 대형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직접 수행하고 관리할 경험과 인력을 상당 부분 상실했다. 최근 미국 조지아주 보글(Vogtle) 원전 3·4호기 건설 프로젝트에서도 공기 지연과 비용 초과 문제가 발생하며 시공 관리능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반면 우리나라는 국내외에서 원전을 성공적으로 건설하며 비용과 공기 준수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국제적으로 입증했다.
단독으로 원전을 지을 수 없는 웨스팅하우스가 우리 기업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는 이유다. 원자력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수출통제법은 자국의 이익을 위한 세계적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술자립만으로는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프랑스나 일본의 사례처럼 정치적 협상과 빅딜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극단적으로 한전·한수원이 원전 수출을 못하더라도 웨스팅하우스를 통한 우리 기업의 수출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