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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고 맑은 가을하늘 백내장엔 안 좋아요 [Weekend 헬스]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23 19:08

수정 2025.10.23 19:07

자외선 눈에 닿는 각도 높아져
모자·선글라스 쓰고 눈 깨끗이
높고 맑은 가을하늘 백내장엔 안 좋아요 [Weekend 헬스]

선선한 바람과 쾌적한 날씨 덕분에 야외활동이 늘어나는 가을, 자칫 방심했다간 '눈 건강'을 위협받을 수 있다. 여름만큼 햇볕이 강하지 않다고 느끼지만 이 시기 자외선은 눈에 직접 닿는 각도가 높아져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특히 자외선은 백내장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만큼, 가을철에도 자외선 차단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가을철은 태양의 고도가 낮아지면서 햇볕이 수평에 가깝게 비춘다. 이 때문에 야외활동 시 자외선이 눈에 직접 닿는 시간이 길어지고, 여름보다 자외선 차단에 대한 경계심이 낮아 자칫 무방비 노출이 늘어나기 쉽다.



김보경 강북삼성병원 안과 교수는 "자외선은 수정체를 구성하는 단백질을 변성시켜 혼탁을 유발한다"며 "가을철에도 모자와 선글라스를 착용하지 않으면 백내장 위험이 누적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백내장은 눈 속에서 렌즈 역할을 하는 수정체가 혼탁해지면서 빛이 제대로 통과하지 못하는 질환이다. 초기에는 별다른 자각 증상이 없지만 점차 시야가 흐릿해지고 빛 번짐이 심해지며, 색이 바래 보이거나 물체가 겹쳐 보이는 증상이 나타난다.

노화가 가장 흔한 원인이지만 자외선 외에도 흡연, 당뇨병, 고도근시, 스테로이드 약물 장기 복용 등이 발병 위험을 높인다.

김 교수는 "백내장은 서서히 진행돼 본인이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시력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며 "사물이 뿌옇게 보이거나 눈부심이 심해지면 반드시 안과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미 혼탁이 진행된 백내장은 약물치료로 회복이 불가능하며, 수술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혼탁해진 수정체를 초음파나 레이저로 제거하고 그 자리에 인공 수정체(Intraocular Lens)를 삽입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시력 교정 효과가 포함된 다초점 인공 수정체도 개발돼, 백내장 수술과 노안 교정을 동시에 진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수술은 어디까지나 치료의 마지막 단계다. 백내장은 생활습관 관리로 발병 시기를 늦출 수 있는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가을철에도 자외선 차단이 가장 중요하다"며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선글라스나 챙이 넓은 모자를 착용하고, 외출 후에는 눈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뇨병과 같은 대사질환 관리, 금연, 균형 잡힌 식습관이 수정체의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백내장은 대개 40대 이후부터 진행이 시작된다.
초기에는 노안과 혼동하기 쉽지만, 정확한 검사만으로 구별이 가능하다. 따라서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통해 눈의 노화 정도와 백내장 여부를 점검하는 것이 좋다.


김 교수는 "눈은 다른 장기와 달리 손상되면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정기검진을 통해 백내장은 물론 녹내장, 황반변성 등 노화성 안질환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