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갑자기 팔다리 힘빠지고 발음 어눌… 뇌가 보내는 'SOS' [Weekend 헬스]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24 04:30

수정 2025.10.24 04:30

29일은 세계 뇌졸중의 날
예방·조기발견 중요성 알리려 제정
동맥경화로 뇌혈관 막히면 '뇌경색'
고혈압이나 동맥류 파열땐 '뇌출혈'
전조증상 후 4시간30분이 골든타임
운동·절주·금연 등 생활 속 예방을
갑자기 팔다리 힘빠지고 발음 어눌… 뇌가 보내는 'SOS' [Weekend 헬스]

오는 29일은 '세계 뇌졸중의 날(World Stroke Day)'이다. 세계뇌졸중기구(WSO)가 뇌졸중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예방과 조기치료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제정한 날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뇌졸중은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2023년 기준 국내 사망원인 4위에 해당하며, 살아남더라도 반신마비·언어장애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는 경우가 많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권순억 교수는 23일 "뇌졸중은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20~30대 젊은 층에서도 발병률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누구나 예외가 될 수 없는 질환이기 때문에 조기 인식과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 뇌세포 손상

뇌졸중은 말 그대로 '뇌에 혈액이 잘 돌지 않아 갑자기 생기는 중풍'이다. 혈관이 막히면 '뇌경색', 터지면 '뇌출혈'로 나뉜다.

전체 환자의 약 80%는 혈관이 막혀 생기는 허혈성 뇌졸중(뇌경색)에 해당한다. 나머지 20%는 혈관 파열로 인한 출혈성 뇌졸중이다.

뇌경색은 주로 동맥경화로 인해 발생한다. 동맥 내벽에 지방과 염증세포가 쌓이며 혈관이 좁아지고, 이 틈에 혈소판과 찌꺼기가 달라붙으면서 혈전이 형성된다. 혈전이 떨어져 나가 뇌혈관을 막으면 해당 부위로 산소와 영양이 전달되지 않아 뇌세포가 급속히 손상된다.

출혈성 뇌졸중은 고혈압이나 동맥류 파열이 주요 원인이다. 고혈압으로 손상된 미세혈관이 터져 생기는 '뇌내출혈'과, 혈관 벽에 생긴 꽈리 모양의 동맥류가 터져 생기는 '지주막하출혈'이 대표적이다. 이 경우 두통과 구토, 의식 저하가 갑작스럽게 나타난다.

뇌졸중의 가장 큰 원인은 동맥경화성 뇌경색이다.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병이 있으면 동맥경화 진행이 빠르다. 이와 함께 심장질환도 중요한 위험요인이다. 특히 심방세동(부정맥의 일종)이 있는 환자는 심장 안쪽에 혈전이 생길 확률이 높고, 이 혈전이 혈류를 타고 이동하다가 뇌혈관을 막을 수 있다. 권 교수는 "심방세동이 있는 경우 뇌졸중 발생 위험이 60대는 2.6배, 70대는 3.3배, 80대는 4.5배까지 높아진다"며 "심방세동이 있다면 항응고 치료를 통해 혈전 생성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4.5시간 골든타임 '이웃손발'로 조기 감별

뇌졸중은 시간이 생명이다. 증상이 시작된 후 4시간 30분 이내에 막힌 혈관을 뚫는 치료(혈전용해제 투여나 혈관내 시술)를 해야 뇌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른바 '골든타임'을 놓치면 평생 후유증을 안고 살아야 할 수도 있다.

대한뇌졸중학회는 뇌졸중 증상을 쉽고 빠르게 구별할 수 있도록 '이웃손발' 식별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하고 웃을 때 입꼬리가 한쪽으로만 올라가면 얼굴 마비를 의심해야 한다. '손들기'는 양팔을 들어 올렸을 때 한쪽 팔이 내려가면 근력 저하를 의심해야 한다. '발음'은 말이 어눌해지거나 발음이 부정확해지는 경우다. 언어장애 가능성이 있다.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이상이 보인다면 즉시 119에 신고하거나 가까운 응급실로 이송해야 한다. 과거에는 노년층의 질환으로만 인식됐지만, 최근에는 젊은층 뇌졸중이 증가 추세다. 스트레스, 불규칙한 수면, 과로, 흡연, 고지방 식습관 등 생활습관이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20~30대의 경우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전형적인 위험요인이 없어도 선천적인 심장기형이나 경추 손상, 피임약 복용, 과도한 카페인 섭취 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 권 교수는 "젊은 환자는 초기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순간적으로 시야가 흐려지는 증상이 반복되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 생활습관 개선으로도 예방 가능해

뇌졸중의 대부분은 생활습관 개선만으로도 예방이 가능하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을 제대로 관리하고 규칙적인 운동과 절주·금연이 핵심이다.

권 교수는 "혈압과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과음·흡연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뇌졸중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며 "40대 이후에는 정기 건강검진을 통해 혈관 상태를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한 "하루 10분이라도 꾸준히 운동하고, 술·담배를 줄이며,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뇌혈관 건강을 지킬 수 있다"며 "뇌졸중은 갑자기 찾아오지만, 준비한 사람에게는 예측 가능한 질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