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선

[강남視角] 이번엔 市場 이기고 집값 잡을까

윤경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23 19:18

수정 2025.10.23 19:18

윤경현 금융부장·마켓부문장
윤경현 금융부장·마켓부문장

최근 세간의 이목을 끄는 가장 큰 이슈 가운데 하나가 부동산이다. 이재명 정부가 지난 15일 '6·27 대출규제' '9·7 주택공급대책'에 이어 세 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여기저기서 앓는 소리가 들려온다. 초기인 만큼 크고 작은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불장' 조짐을 보이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긍정적 시각이 있는가 하면,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를 걷어찼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는 규제 일변도의 정책으로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과거 정부의 부동산 규제는 번번이 시간의 차이만 있었을 뿐, 결국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이는 곧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정책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불신을 초래했다. 이번 대책 역시 얼마나 시간을 벌어줄지는 알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가용한 정책수단과 역량을 집중 투입해 경고등이 켜진 비생산적 투기 수요를 철저하게 억제해야 한다"며 부동산에 대한 강경 기조를 밝혔다. 10·15 대책이 뚜렷한 효과를 내지 못할 경우 '보유세' 카드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그러면 또 "가진 것은 달랑 집 한 채밖에 없는데 막대한 세금을 어떻게 내라는 거냐"는 불만이 터져나올 게 뻔하다. 서울 강남에 있는 그 집의 가격이 50억, 60억원에 이른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누구는 우리나라를 '부동산 공화국'이라고 비판한다. 땅과 집이 가장 큰 재산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는 부모 세대부터 '내집마련이 평생 소원'이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너나없이 돈을 벌면 제일 먼저 집을 사기 위해 열을 올렸다. 자연스레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고, 서울·수도권 집중 현상이 더해지면서 지역별로도 큰 격차를 보이게 됐다.

내집마련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대출이다. 그럴싸하게 전문용어로 포장하자면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것이다. 적은 돈으로 대출을 최대한 일으켜 집을 사는 것이 공식으로 굳어진 지 오래다. '영혼까지 끌어모은다(영끌)'는 말이 유행어가 됐을 정도다. 그렇게 부동산과 대출은 한 몸이 됐다.

부동산이 '절대 손해보지 않는 자산'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선호되는 까닭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부동산 투자에 뛰어든다. 특히 요즘은 자고 일어나면 수억원이 오르니 당연한 일로 여겨진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앞으로는 "아파트값이 3.3㎡당 1억~2억원이나 가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하면서, 뒤에서는 "어디에 아파트를 사면 돈을 벌 수 있느냐"고 묻는다. 주식으로 대표되는 자본시장은 잘 몰라도, 아파트로 대표되는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내가 박사'라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규제가 아니라 돈의 흐름을 바꿔야 집값을 잡을 수 있다. 부동산보다 매력적인 금융투자 상품을 내놓고, 부동산으로 흘러가는 돈을 자본시장으로 돌려야 한다. 이른바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부동산으로 돈 버는 시대는 끝났다"고 했다. "비생산적 분야에 집중됐던 과거의 투자방식에서 벗어나 국민의 자산증식 수단이 다양화·건전화되는 과정"이라고도 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부동산 '편식'이 지나쳐 국민의 노후가 무너지고 있다. 지난해 국가데이터처의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60세 이상 가구의 전체 자산 가운데 부동산이 78.5%를 차지한다. 65세 이상은 82.4%에 달한다. 미국(30~40%)이나 일본(50~60%)과 비교하면 부동산 비중이 너무 높다.


부동산에 각종 규제를 거미줄처럼 엮는다 한들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은 과거의 경험에서 충분히 배웠다. 해법은 부동산에 있는 게 아니다.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는 인식 대전환이 이뤄져야 부동산 공화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다.

blue73@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