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매장 해볼래?
“일반 직장인은 성공하기 어렵다. 생계유지에만 도움이 될 뿐이다.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싶다면 트렌드와 기회를 잡아야 하고 창업만이 재산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다”라고 운을 뗀 뒤 본인은 ‘온라인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를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A씨는 그 분야를 잘 모른다고 했다. 그러자 미유키는 어렵지 않다고 안심시키며 “재고를 쌓을 필요가 없고, 창고 임대도 필요 없으며, 자금 위험도 없다”는 수익 모델 하나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누구나 운영할 수 있고 자신도 이를 이용해 월 10만달러(약 1억4000만원)를 벌고 있다고 했다. A씨가 그게 가능하냐고 하자 이 정도 금액은 이쪽 업계에서 일반적인 수준이라고 했다.
미유키는 A씨가 관심을 보이자 “가게를 운영하고 싶으면 내가 선생님이 돼줄 수 있어”라고 했다. 이 말을 끝으로 A씨는 온라인 상점을 열겠단 마음을 가지고 구체적인 방법을 문의했다. 미유키는 기다렸다는 듯이 초기 자금 30만엔(약 280만원)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국제화 플랫폼이기 때문에 환전 없이 원화로 결제하면 된다고 했다.
미유키가 설명한 온라인 가게의 벌이 구조는 이렇다. 고객이 주문한 물품을 제공하는 공급업체에 돈을 먼저 보낸다. 원가를 선지불하는 것이다. 하지만 고객이 내는 돈은 여기서 약 13%가량 마진이 붙은 금액이다. 고객이 결제하면 이 돈은 곧바로 A씨가 취할 수 있다. A씨가 낸 30만엔도 첫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쓰이는 것이다.
“마진 13%나 남길 수 있어”
A씨가 처음부터 덜컥 믿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유키가 안내한 웹사이트를 보며 의심을 거뒀다. 해외 슈퍼마켓 체인들이 다수 입점해있어 신뢰가 갔고, 사이트에 가입된 회원들의 수익률 표에 마음이 동했다. 결국 A씨는 회원가입을 하게 됐고 금방 상점이 개설됐다. 이후 49시간 이내 최소 40개 상품을 온라인 매장에 진열하라는 메일을 받았다.
미유키는 상품을 올리면 고객들이 곧이어 주문을 할 것인데, 그 원가에 해당하는 금액만 지정한 계좌에 입금하면 된다고 했다. 이후 결제가 되면 판매대금을 받아 곧바로 현금으로 인출할 수도 있다고 속였다. A씨는 결국 해당 허위 사이트에서 실제 상품이 팔리는 것으로 생각하며 총 10차례에 걸쳐 3억원가량을 미유키가 지정한 계좌로 보냈다. 미유키는 물론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었다.
“자금세탁 범죄 연루된 거 같아”
천안에 사는 30대 여성 B씨는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에서 ‘김성훈(가명)’이라는 남성과 대화를 하게 됐다. 김성훈은 자신이 라이브방송을 한다고 했다. 방송 보는 데 쓸 수 있고, 현금화도 가능한 캐시를 보내줄 테니 방송도 한번 보라고 했다. 곧이어 방송 시청 링크와 500만 캐시가 전송돼왔다. 그런데 김성훈이 50만 캐시를 보냈어야 하는데 실수로 ‘0’을 하나 더 붙였다며 취소를 요청해왔다.
취소는 캐시를 수취한 사람만 할 수 있다고 했고 이를 위해서 수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후 취소가 정상적으로 되면 수수료 역시 환급될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이에 B씨는 소정의 돈을 입금했다. 그러나 취소가 이뤄지지 않았고 김성훈이 지정한 다른 계좌로 보내도 취소가 되지 않는 일이 반복됐다. 이때까진 큰 금액이 아니라 B씨는 크게 의심하지 않았다.
김성훈은 이후 방송 플랫폼 운영 담당자 C씨를 연결시켜줬다. C씨는 은밀히 해당 방송이 자금세탁 창구로 의심받고 있다고 말했다. A씨가 그 방송으로 돈을 보낸 탓에 플랫폼에도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무엇보다 A씨가 자금세탁 범죄에 연루됐단 혐의를 받고 있다고 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500만 캐시와 A씨가 입금한 수수료 전액을 취소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보증금 5000만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A씨는 그 정도 돈은 없다고 했지만 범죄 혐의를 계속 받아도 되겠다고 겁을 주며 이후 모두 돌려받을 수 있다며 대출을 종용했다. 결국 A씨는 대출을 받아 5000만원을 송금했다. 그러자마자 둘 모두 연락이 끊겼다.
금감원 관계자는 SNS에서 대뜸 이성이 접근한다면 ‘로맨스스캠’일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실제 호감일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본인 미모나 자산을 드러내는 프로필 사진을 걸어놓거나 대화 중에 이를 노출하는 게 이들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이후 대면 만남을 피하고 온라인상에서만 대화를 하고 싶다고 할 경우 그대로 연락을 끊는 게 상책이다. 만일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면 사실상 확정이다. 현실에선 이성적 호감으로 접근한 상대에게 돈을 요구할 동기도, 좋은 사업 아이템을 생면부지의 남에게 소개시켜줄 이유도 없다.
전화 한통에 금전뿐 아니라 삶까지 빼앗기는 이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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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