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스 베르스타펀, 후반기 119점 싹쓸이
5경기 연속 포디움에 1위 격차도 급감
시즌 종료까지 남은 경기는 5경기
지난해 성적 비교, 가장 유리한 선수는
5경기 연속 포디움에 1위 격차도 급감
시즌 종료까지 남은 경기는 5경기
지난해 성적 비교, 가장 유리한 선수는
세계 3대 스포츠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인기가 많지만 유독 국내에는 인기가 없는 ‘F1’. 선수부터 자동차, 장비, 팀 어느 것 하나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는 그 세계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격주 주말, 지구인들을 웃고 울리는 지상 최대의 스포츠 F1의 연재를 시작합니다. 때로는 가볍고 때로는 무거운 주제들을 다양하게, 그리고 어렵지 않게 다루겠습니다. F1 관련 유익하고 재미있는 정보를 원하신다면, ‘권마허의 헬멧’을 구독해주세요.
베르스타펀 부활...5경기 연속 포디움
여름방학 직후 15라운드 네덜란드 그랑프리에서 2위를 하며 예열을 마친 베르스타펀은 이탈리아와 아제르바이잔에서 모두 1위에 오르며 부활을 알렸습니다. 이후 싱가포르에서 2위에 오른 베르스타펀은 미국 오스틴에서 열린 19라운드 경기에서 스프린트, 본 경기 모두 1위에 오르는 대활약을 보였습니다.
이 시기 베르스타펀이 획득한 점수는 무려 119점입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미국 33점, 이탈리아·아제르바이잔 25점, 네덜란드·싱가포르 18점입니다. 참고로 미국 그랑프리는 스프린트 점수를 포함합니다. 스프린트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베테랑의 품격"…해밀턴, 中 그랑프리 우승하나 [권마허의 헬멧]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전반기 압도적인 1~2위를 달리고 있던 피아스트리와 노리스는 포인트 획득을 많이 하지 못했습니다. 네덜란드 그랑프리 때 이미 309점을 기록한 피아스트리는 이후 단 35점을 따는 데 그쳤고 같은 시기 노리스는 275점에서 332점으로 57점을 획득했습니다. 베르스타펀과는 각각 3분의 1, 2분의 1 수준입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피아스트리, 노리스 두 선수의 최근 경기 순위입니다. 피아스트리는 후반기 첫 그랑프리에서 1위를 기록했지만 이후 경기에서 3위, 20위(DNF), 4위, 5위 등 들쑥날쑥한 경기력을 보였습니다. 노리스도 같은 시기 18위(DNF) 2위, 7위, 3위, 2위로 들쑥날쑥 합니다. DNF는 'Did not Finish'의 줄임말로 말 그대로 완주를 못했다는 뜻입니다. 특히 두 선수 모두 DNF를 기록한 점이 뼈아픕니다.
이에 따라 하반기 챔피언십 자리는 사실상 3파전으로 좁혀졌습니다. 만약 베르스타펀이 다음 경기 멕시코 그랑프리에서 1위를 하고 노리스가 DNF를 기록하면 두 선수의 점수 격차는 1점으로 크게 줄어듭니다.
시즌 종료까지 5경기, 141점으로 하는 경쟁
경우의 수를 따져보겠습니다. 베르스타펀이 남은 경기 모두 1위를 하고 피아스트리가 2위(스프린트 포함)를 한다고 가정하면 최종전인 아부다비 서킷 이후 선수들 점수는 각각 447점, 450점으로 근소하게 피아스트리가 우승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피아스트리가 단 한 번이라도 3위를 한다면 점수가 같아집니다.
물론 쉬운 건 아닙니다. 베르스타펀 입장에서는 2위를 한 번 하는 순간 우승 확률이 크게 줄어듭니다. 베르스타펀 우승의 대전제는 '그가 모든 경기를 1위로 마친다' 입니다. 하지만 불가능한 건 또 아닙니다. 최근 5경기 그가 보여주고 있는 극강의 컨디션을 잘 유지한다면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업계와 팬들의 생각입니다. 베르스타펀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는 최근 미국 오스틴에서 열린 경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승 확률을 50대 50이라고 자신했습니다. "우승하든 못하든, 50대 50이다"라고 했지만, 자신감을 어느 정도 찾은 느낌입니다. 그는 우승 가능성을 묻는 또 다른 질문에 "지난 3주는 아주 좋았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자동차 업데이트도 상당히 괜찮은 모양입니다. 레드불은 지난달 바닥재를 중심으로 소규모 자동차 성능 업데이트를 했습니다. 베르스타펀은 "업데이트 이후 차의 균형이 좀 더 좋아졌다"며 "오버스티어링(차가 코너 바깥쪽으로 밀려나가는 것)도, 언더스티어링(차의 뒤가 코너 안쪽으로 미끄러지는 것)도 심하지 않다"고 만족했습니다.
그의 '깜짝 부활'에 선수들도 놀라고 있습니다. 피아스트리는 24일 멕시코 그랑프리를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베르스타펀 (폼)이 생각보다 빠르게 올라오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우승 경쟁 3파전, 지난해 3인 성적 보니
경기장별 특징을 살펴보겠습니다. 멕시코 서킷은 2200m 이상 고지대 경기장인 데다가 공기 밀도가 낮아 다운포스(차량을 노면에 강하게 눌러 접지력을 높이는 공기역학적 힘)가 덜 나오는 반면, 메인 직선 주로가 길어 최고속 구간이 중요합니다. 차 성능이 좋은 맥라렌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보이지만, 차량 업데이트에 컨디션도 좋은 베르스타펀도 불리할 게 전혀 없습니다.
브라질 서킷은 반시계, 큰 고저차, 울퉁불퉁한 노면이 특징입니다. 날씨 변화 가능성이 높은 만큼 '멘탈 관리'도 하나의 중요한 포인트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피아스트리와 베르스타펀 보다는 최근 기복이 심한 노리스가 불리해 보입니다.
라스베이거스는 고속 구간이 많고, 야간·조명이 있는 이벤트성 트랙입니다. 서킷 길이가 6.201㎞로 긴 편에 속합니다. 시각적으로 화려하고 드라이버 부담이 높은 만큼 위험관리를 잘하는 피아스트리가 유리할 것 같습니다.
이밖에도 카타르는 메인 직선 주로가 1㎞ 이상으로 추월 기회가 많고 아부다비는 느린 코너와 빠른 구간이 혼합된 특징이 있습니다. 카타르에서는 추월에 강점이 있는 베르스타펀이, 아부다비에서는 경기 흐름을 잘 짜는 노리스가 유리할 듯 보입니다. 참고로 아부다비는 제가 다녀온 서킷으로, "에미넴도 화들짝"...F1 아부다비, 직접 가봤다 [권마허의 헬멧] 편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싱가포르서 열 위험, 미국서는 충돌까지
10월 3일, 17일주 열렸던 싱가포르, 미국 경기장 리뷰도 간단하게 해보겠습니다. 싱가포르 경기 전 고온 예보로 F1 레이스 처음으로 '열 위험'(heat hazard) 규정을 적용했습니다. 이 규정은 지난 2023년 카타르 그랑프리에서 선수들이 탈진한 후 도입된 규정입니다. 선수들은 쿨링 조끼를 입는 등 이에 맞는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미국 그랑프리에서는 스프린트 레이스에서 피아스트리, 노리스가 크게 충돌하며 레이스를 끝마치지 못했습니다. 노리스는 "누군가 나를 경기장 밖으로 밀쳐냈다"며 불만을 직접 드러냈지만, 맥라렌을 이끄는 잭 브라운 대표는 "끔찍하다. 선수들을 탓할 수 없다"며 둘을 감쌌습니다. 이 충돌에서 미묘한 갈등이 보이는 건 무슨 이유에서 일까요.
이번주 경기는 멕시코에서 열립니다. 피아스트리, 노리스, 베르스타펀 3파전을 시작하는 아주 중요한 경기입니다. 베르스타펀이 흐름을 이어가 1위에 오를 수 있을지 무척 궁금합니다. 모든 피드백을 환영합니다.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어도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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