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다음 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29일), 미중(30일), 한중 정상회담(11월 1일)이 잇따라 열린다. 이재명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 등 주요국 정상 21명이 국익을 두고 치열한 외교전을 벌이는 ‘슈퍼위크’가 시작되는 것이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24일 APEC 일정 브리핑에서 “미국과 역대 최단기간 내에 정상 간 상호방문을 완성했고, 중국 정상의 방문 역시 11년 만으로 한중 관계 복원의 기반을 마련하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카이치 일본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은 날짜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성사 가능성이 높다.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의 이후 20년 만에 주요국 정상 간 다자 및 양자외교가 한국에서 펼쳐지는 것이다.
슈퍼위크 기간에 열리는 여러 정상회담 가운데 한국이 가장 주목하는 이벤트는 29일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직후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이다. 지난 7월 말 양국이 관세협상의 큰 틀에 합의했지만 대미 투자 규모와 방식 등을 두고 견해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에 양국 정상이 직접 담판함으로써 합의점을 찾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어 30일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은 전 세계의 이목을 끄는 ‘빅 이벤트’가 될 전망이다. 관세, 희토류, 대두 수출입 등 미중 무역 갈등의 핵심 쟁점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 갈등은 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안보와 경제적 이익이 걸린 사안이다. 이번 회담이 길고 긴 갈등을 끝내는 ‘세기의 담판’이 될지 주목된다. 다음 달 1일 11년 만에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공급망 문제, 북한과의 관계 등 산적한 과제가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APEC 기간에 개최되는 CEO 서밋은 아태지역 최대 민간 경제포럼으로 21개 회원국 가운데 정상급 인사 16명과 세계적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등 1700여 명이 참석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창립자 겸 CEO, 맷 가먼 아마존웹서비스 CEO, 사이먼 칸 구글 APAC 부사장 등 글로벌 기업의 거물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참여 기업들에게는 다시 오기 어려운 비즈니스 기회이며 정부로서도 대규모 해외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번 APEC 정상회의는 우리에게 단순한 하나의 국제 행사가 아니라 외교적 위상과 경제적 이익을 동시에 극대화할 수 있는 중요한 무대다. 공급망 재편, 첨단기술 경쟁, 기후변화 대응 등 글로벌 현안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조정자이자 균형자 역할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실용외교’의 진면목을 보여주기 바란다. 동시에 새로운 외교통상 패러다임을 선도하며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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