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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모병원 "주치의 제도, 당뇨 환자 의료비 13% 절감 효과"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24 16:32

수정 2025.10.24 16:32

코로나19 시기에도 비용 상승 억제 확인
“정기적 관리 통한 고품질 진료가 핵심”
[파이낸셜뉴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연구팀이 주치의 기반의 의료체계가 당뇨병 환자의 의료비 절감에 실질적인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24일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이재호·신현영 교수 연구팀(가정의학과)은 한국의료패널에 등록된 당뇨병 환자 6144명을 대상으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담 의사를 두고 꾸준히 진료를 이어간 환자일수록 의료비가 낮고, 코로나19와 같은 보건 위기 상황에서도 비용 상승이 억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결과, ‘상용치료원(Usual Source of Care, USC)’, 즉 환자가 정기적으로 진료받는 의사나 의료기관이 있는 환자는 의료비 수준이 유의하게 낮았다.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이재호 교수(왼쪽)와 신현영 교수. 서울성모병원 제공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이재호 교수(왼쪽)와 신현영 교수. 서울성모병원 제공

연구팀은 환자를 △정해둔 의사와 의료기관이 모두 없는 경우, △의료기관만 정한 경우, △의사와 의료기관 모두 정한 경우로 분류했다. 또한 마지막 그룹은 환자가 평가한 진료의 포괄성·조정성에 따라 ‘고품질’과 ‘저품질’로 나눠 분석했다.



그 결과, 의사와 의료기관 모두를 정해둔 환자 비율은 2019년 58.5%에서 2022년 66.1%로 늘었고, 반대로 정해둔 곳이 전혀 없는 환자는 15.1%에서 10.9%로 감소했다. 코로나19 초기에는 일시적으로 주치의 관계가 단절되는 사례가 늘었으나, 2022년에는 다시 회복세를 보였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주치의를 둔 환자들은 의료비 상승률이 3.6%에 그친 반면, 정해둔 의사와 의료기관이 모두 없는 환자는 55.4%, 의료기관만 정해둔 환자는 **35.6%**의 의료비 증가를 보였다. 위기 상황에서도 꾸준한 주치의 진료가 의료비 폭등을 막는 완충 역할을 한 셈이다.

연구팀이 연령, 소득, 질병 중증도 등 변수를 통제해 분석한 결과, 고품질 주치의를 둔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의료비가 평균 13.1% 낮았다.

단순히 병원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수준을 넘어, 특정 의사와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포괄적 진료를 받는 것이 비용 절감에 직접적으로 기여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가 해외 연구와도 일치한다고 밝혔다. 당뇨병은 외래 관리가 효과적일 경우 입원이나 응급실 이용을 줄일 수 있는 대표 질환으로, 지속적인 주치의 관리가 약물 순응도 향상과 합병증 예방으로 이어져 장기적인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재호 교수는 “주치의 제도는 단순히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수준을 넘어, 환자 맞춤형 관리로 의료비 절감까지 이끌 수 있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줬다”며 “특히 당뇨병처럼 만성질환이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환자에게는 주치의 중심의 의료체계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신현영 교수는 “새 정부가 추진 중인 주치의 시범사업이 환자와 의사 모두가 만족하는 포괄적 건강관리 프로그램으로 설계된다면, 초고령화 사회에서 건강 수명 연장과 국가 의료비 절감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에 따르면,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당뇨병으로 인한 입원율이 가장 높고, 2021년 기준 당뇨병으로 인한 장애보정생존년수(인구 10만 명당 966.4명)가 주요 선진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연구팀은 “이 같은 현실은 일차의료 중심의 체계가 아직 정착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지역 기반의 주치의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BMC Health Services Research’ 10월호에 게재됐다.


서울성모병원 측은 “이번 결과는 주치의 제도의 제도적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심혈관질환, 고혈압 등 다른 만성질환으로 연구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