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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사망 교사 허위 경위서 국회로…교감 "할 말 없다"

뉴시스

입력 2025.10.24 17:08

수정 2025.10.24 17:08

현승준 교사 사망 사흘 전 병가 신청했지만 교감 전화 걸어 "민원 해결한 다음에 써도 좋아" 경위서엔 "민원 마무리하고 쓰겠다고 해 허락" 허위 경위서, 제주도교육청 통해 국회 제출돼 교원단체 "책임자 문책·진상조사단 해체해야"
[제주=뉴시스] 제주 故현승준 교사가 사망하기 사흘 전인 5월19일 현 교사와 교감 간의 통화 내용을 기재한 경위서 중 일부 내용이 허위로 작성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교감이 7월4일자 작성해 국회에 제출된 문제의 경위서. (사진=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 제공) 2025.10.24. photo@newsis.com
[제주=뉴시스] 제주 故현승준 교사가 사망하기 사흘 전인 5월19일 현 교사와 교감 간의 통화 내용을 기재한 경위서 중 일부 내용이 허위로 작성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교감이 7월4일자 작성해 국회에 제출된 문제의 경위서. (사진=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 제공) 2025.10.24. photo@newsis.com
[제주=뉴시스] 오영재 기자 = 지난 5월 재직 중인 학교에서 숨진 채 발견된 '故 현승준 교사'와 관련해 학교 관리자인 교감이 작성한 경위서 일부 내용이 허위로 나타났다.

24일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국회의원에 따르면 제주도교육청이 국회에 제출한 A중학교 현 교사 사망 사건 경위서 일부 내용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의 경위서는 A중 B교감이 지난 7월4일 작성했다. 현 교사가 숨지기 사흘 전인 5월19일 있었던 일이 기재됐다.

현 교사는 이날 오전 교장을 찾아가 학생 측으로부터 민원 사항이 있음을 보고했다.

이 자리에서 현 교사와 교장, B교감은 민원에 대한 사실관계, 대응 계획 등을 논의했다.

A중 교직원들은 이날 오후 5시부터 학교 행사를 마치고 전체 회식을 했다. 현 교사도 회식에 참석했지만 중간에 귀가했다.

현 교사는 오후 6시께 교무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머리가 너무 아프다'며 2주간의 병가를 신청했다. 교무부장은 알겠다는 취지로 답하고 이를 B교감에게 전달했다.

병가 사안을 인지한 B교감은 오후 6시30분께 현 교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B교감은 이와 관련해 경위서에 '현 교사가 이 일을 마무리하고 다음 주에 병가를 쓰겠다고 하여 교감은 허락하고, 걱정하지 말라고 얘기함'이라고 적시했다. '이 일'은 민원을 뜻한다.

하지만 현 교사와 B교감 간 실제 통화 내용을 들어보면 경위서 내용은 사실과 달랐다. B교감이 민원을 해결하고 병가를 쓰라는 내용이 확인된다.

[제주=뉴시스] 제주 故현승준 교사가 사망 사흘 전인 5월19일 오후 교감과의 통화 녹취록 중 일부. (사진=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 제공) 2025.10.24. photo@newsis.com
[제주=뉴시스] 제주 故현승준 교사가 사망 사흘 전인 5월19일 오후 교감과의 통화 녹취록 중 일부. (사진=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 제공) 2025.10.24. photo@newsis.com
다음은 5월19일 오후 6시30분께 현 교사와 B교감 간의 1분12초 길이의 통화 내용.

B교감 : 나 금방 교무(부장) 선생님한테 병가 얘기를 들었는데, 몰라 내 생각에는 병가를 내서 그냥 빠져버리면 더 빌미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데

현 교사 : 그냥 두통도 있고 하니까

B교감 : 그래 근데 아니 그 학부모가 따지는 걸 해결한 다음에

현 교사 : 예 그거 해결할 겁니다 예 교감 선생님

B교감 : 한 다음에 병가를 내는 거는 괜찮을거 같애

현 교사 : 예 내일 온다고 하니까 내일 해결해 가지고

B교감 : 내일 온다고 하니까. 어 그래 그러면 음 일단 알았어요 선생님. 아이구야 선생님 근데 학교에서 막아주고 이런 걸 떠나서 우리 최선을 다합시다 근데 학교건 뭐건 재단이건 선생님을 절대 보호해주니까 그런 걱정하지 말고 일단은 해결하고 병가내도 좋아요 선생님 아프면. 오케이 일단 알겠습니다.

[제주=뉴시스] 오영재 기자 = 27일 오후 제주도교육청에 마련된 고 현승준 교사 분향소에 추모 쪽지가 붙여져 있다. 2025.05.27. oyj4343@newsis.com
[제주=뉴시스] 오영재 기자 = 27일 오후 제주도교육청에 마련된 고 현승준 교사 분향소에 추모 쪽지가 붙여져 있다. 2025.05.27. oyj4343@newsis.com
현 교사는 이 통화를 마치고 사흘 뒤인 22일 오전 0시16분께 A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가 작성한 유서에는 '학생 측 민원으로부터 힘들다'는 내용이 있었다. 제주도교육청 진상조사와 제주동부경찰서에서 입건 전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날 A중에서 만난 B교감은 경위서와 관련해 "현재 조사 중인 사안이다. 할 말이 없다.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사실과 다른 해당 경위서는 제주도교육청을 통해 국회에 제출됐다.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국회에서 학교 측 경위서를 요청했기 때문에 A중에 공문을 보내 경위서를 받았고 그대로 제출했다"며 "진상조사는 별개의 자료와 정확한 통화 내용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강경숙 국회의원과 좋은교사운동, 제주도 내 6개 교원단체는 성명을 통해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 제주도교육청이 허위 조작 자료를 제출한 것은 반드시 책임자가 처벌 받아 마땅한 중대한 일"이라며 "그 조작의 정도가 고인이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고 조작해 교감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의도임이 분명히 나타나고 있어 더욱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또 "제주도교육청은 허위 조작 경위서 작성자를 문책하고, 기본적인 사실 파악조차 못 하고 있는 지금의 진상조사단을 해체하고 원점에서 진상조사를 다시 진행해야 할 것"이라며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제주도교육청 진상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누가 믿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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