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F학점도 아까운 막장·칼퇴·쇼츠 국감…폐지하거나 상설국감 '목소리'

뉴스1

입력 2025.10.26 06:02

수정 2025.10.26 09:30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증인 채택 여부 관련으로 여야 의원들의 고성이 오가고 있다. 2025.10.1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증인 채택 여부 관련으로 여야 의원들의 고성이 오가고 있다. 2025.10.1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 국회(정기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1차 전체회의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한 위증고발 건과 관련 토론종결 거수 표결을 지켜보고 있다. 2025.10.23/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 국회(정기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1차 전체회의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한 위증고발 건과 관련 토론종결 거수 표결을 지켜보고 있다. 2025.10.23/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옥상으로 따라와' '귀먹었냐' '정부가 똥 싸고 있다'….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가 삿대질과 고성, 막말이 뒤엉킨 낯 뜨거운 저질 막장 국감으로 전락했다.

정책 검증 대신 유튜브용 쇼츠 정치가 판을 치고, 오후 6~7시면 마무리되는 '칼퇴형 감사'가 반복되면서 "차라리 국감을 없애자"는 주장이 끊이질 않고 있다.

"F학점도 주기 어려울 정도로 형편없다"는 혹평과 함께 "백약이 무효"라며 "제도가 아니라 국회의원들의 정신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쓴소리도 터져 나왔다.

일부 의원들은 국감장 발언 장면을 편집해 유튜브 채널에 올리고 '사자후', '○○ 잡는 ○○' 등 자극적인 제목과 후원 계좌를 붙여 홍보 영상처럼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국감이 '정책 감사'가 아닌 '자기 홍보의 장'으로 변질되면서 제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전면적인 국감 대신 상시 국정감사나 국회 내 전문감사기구 설치,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 등이 해법으로 거론된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대안은 미국식 상시감사제다. 미국 의회는 국감 대신 입법 청문회(Legislative Hearing), 감독 청문회(Oversight Hearing), 조사 청문회(Investigative Hearing), 인준 청문회(Confirmation Hearing) 등 네 가지 형태의 상시 청문회를 운영한다.

주요 현안마다 하루에도 20여 건씩 진행하지만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

장·차관이나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아닌 실무 책임자가 증언하고, 의원들도 증인이 되는 문화가 정착돼 고성이나 삿대질 없이 정책 토론 중심으로 진행된다. 질의 시간은 1인당 5분 내로 제한되고, 대부분 2~3시간 안에 마무리된다. 하원 군사위 등은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는 질문만 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10월 한 달 몰아치기 감사 대신 현안 중심의 상시감사 체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정치 공세 대신 데이터 기반 질의가 가능해 국회의 본래 감시 기능이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의 정치 문화 수준에서 상시감사가 도입되면 오히려 정쟁이 상시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국회의원 대신 전문가가 정책과 국정 과제를 점검하는 '국회 내 전문감사기구'를 만들자는 의견도 있다.

개헌을 통한 국민소환제 도입도 거론된다. 현재는 지방자치단체장·지방의원·교육감 등 일부 선출직만 대상이지만, 국회의원에게도 유권자가 임기 중 투표로 파면할 수 있는 제도를 적용하자는 것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정감사가 국정이 아닌 '사감(私感)'의 장이 됐다"며 "과거에도 망신주기식 감사는 있었지만 지금은 국감인지 개인 한풀이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해 자극적 언행으로 언론 노출을 노리는 의원이 많다"며 "국감을 자기정치의 무대로 삼는 한 국정감사의 위상은 점점 약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국감은 행정부를 견제하는 몇 안 되는 수단이어서 존속해야 한다고 늘 주장해왔지만, 지금처럼 정쟁만 반복되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없애는 게 낫다"며 "어차피 평소에도 싸우는데 국감은 그 갈등을 더 부추기는 장밖에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국회의원이 정당의 일원이기 이전에 입법부 구성원이라는 인식으로 임해야 하는데 지금은 자신의 정치 생명만 우선시하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되풀이된다"며 "결국 유권자가 총선에서 이런 의원들을 심판해야 정치가 바뀐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