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909년 10월 26일, 만주 하얼빈역에서 독립투사 안중근이 일본 추밀원 의장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했다. 이는 대한제국 침탈의 원흉에 대한 응징이었다.
이토는 일본의 조선 침략 정책을 주도한 핵심 인물이다. 그는 1905년 을사조약을 강제 체결하여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고, 초대 조선 통감으로 부임해 일제의 식민지 통치 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고종 황제를 강제로 퇴위시키고 정미 7조약을 체결해 조선의 내정을 장악했다.
안중근은 이러한 이토의 행위를 '동양 평화를 깨뜨린 죄'로 규정하고, 그를 처단함으로써 국권을 회복하고자 했다. 그는 스스로를 대한의병 참모중장으로 칭하며, 이 암살을 단순한 개인적 행동이 아닌 독립 전쟁의 일환으로 인식했다. 안중근은 거사에 앞서 단지동맹을 맺고 구국 의지를 다졌다.
거사 당일, 이토는 러시아 재무장관 코콥초프와 회담하기 위해 하얼빈을 방문하기로 돼 있었다. 안중근은 우덕순, 조도선 등 동지들과 함께 거사를 준비하며, 이토가 기차에서 내려 러시아 측 인사들과 사열하는 짧은 순간을 포착할 계획을 세웠다.
이날 오전 9시 30분쯤, 이토가 열차에서 내려 코콥초프와 인사를 나눈 후 사열을 위해 의장대를 따라 이동했다. 이때 안중근은 환영 인파 속에 숨어 있다가 사열 중이던 이토에게 빠르게 접근했다. 그는 품속에 지니고 있던 권총을 꺼내 이토를 향해 세 발을 명중시켰다. 이어서 이토의 수행원들에게도 총을 쏘아 부상을 입힌 후, "코레아 우라!"(대한제국 만세!)를 외치며 현장에 있던 러시아 헌병에게 체포됐다.
이토는 피격 직후 쓰러졌고, 급히 열차로 옮겨졌으나 결국 사망했다. 안중근의 의거는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줬다. 국내외 독립운동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안중근은 이후 뤼순 감옥에 수감되어 재판을 받고 1910년 3월 26일 순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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