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 생명·신체와 무관한 개인적 의료행위…헌법상 자기결정권 보호 영역”
'무면허 의료행위' 자격정지 처분은 부당
'무면허 의료행위' 자격정지 처분은 부당
[파이낸셜뉴스]스스로 탈모약을 처방해 복용한 치과의사에게 ‘무면허 의료행위’를 이유로 자격정지 처분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자신을 대상으로 한 의료행위는 타인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없는 개인적 영역으로, 규제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나진이 부장판사)는 치과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 취소소송에서 지난 8월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21년 2월부터 4월까지 소위 탈모치료제로 불리는 전문의약품 모발용제 연질캡슐을 주문해 복용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9월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한 의료법 27조 1항을 위반했다며 A씨에게 1개월 15일의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에 A씨는 자격정지 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의약품을 구매해 스스로 복용한 행위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법원도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여 복지부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규제하는 취지는 의료행위로 상대방의 생명·신체나 일반 공중위생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A씨의 행위가 타인의 생명 등에 대한 위험과의 큰 관련성 없는 개인적 영역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 “환자는 헌법이 규정한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에 의해 자신의 생명과 신체의 기능을 어떻게 유지할지에 대해 스스로 결정하고 의료행위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며 “여기에서 환자가 의료인을 매개하지 않고 자신에 대해 직접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권리가 배제된다고 볼 특별한 근거는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재판부는 의료법이나 관련 법령 어디에도 A씨의 행위를 치과의사 면허 자격정지 사유로 규정한 조항이 없고, A씨가 탈모약을 타인에게 처방하거나 투여한 사실도 없다고 판단했다.
복지부는 과거 의사가 스스로 마약류를 투약한 행위를 ‘의료행위’로 본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A씨의 행위 역시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해당 대법원 판례는) 자기의 신체에 대한 투약까지 처벌하는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는 마약류에 관한 것이므로 이 사건과 사안이 다르다”고 밝혔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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