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K콘텐츠 열풍에 외국인 관광객 급증… 유통가 실적 청신호

정상희 기자,

김현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26 18:21

수정 2025.10.26 18:20

中단체 관광객 무비자 특수 등 겹쳐
편의점 김밥 등 인기 제품 싹쓸이
백화점·면세점 매출 최대 60% 늘어
올 외국인 방문객 2천만명 넘을듯
K콘텐츠 열풍에 외국인 관광객 급증… 유통가 실적 청신호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정점에 오른 K브랜드 선호도와 중국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 등이 겹치면서 올 하반기 국내 유통업계의 외국인 특수현상이 전방위로 퍼지고 있다. 올해 외국인 방문객이 역대 최대인 2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내수 침체에 고전하는 백화점, 편의점, 호텔, 치킨 등 관련 업계의 실적 개선에 청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케데헌·APEC 등 외국인 풍년

26일 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들어 외국인 관광객 증가세가 뚜렷해 지면서 유통업계 매출 회복을 이끌고 있다.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코로나 직전인 지난 2019년 1750만명을 기록한 이후 급감했다가 지난해 1630만명까지 회복했다. 올해는 케데헌 열풍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국제행사로 역대 최대 20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코로나19 전보다 방한 외국인 국적도 더 다양해지면서 명동, 성수, 강남 등 주요 상권도 들썩이고 있다.

실제 이달부터 중국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 재개와 일본·대만 관광객 증가가 맞물리며, 백화점과 면세점 외국인 매출은 전년 대비 40~60% 이상 늘었다. 이달 추석 연휴 명동·롯데백화점 본점 등 주요 지점의 외국인 매출 비중은 80%에 달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연휴 이후에도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져 롯데백화점의 이달 1~23일 외국인 매출은 전년 대비 35% 신장했다.

K콘텐츠에 자주 등장하며 한국 최신 트렌드의 집합체로 여겨지는 편의점도 외국인 매출 증가세가 가장 빠르다.

CU에 따르면 해외 결제 수단 이용 건수는 전년 대비 2023년 152%, 2024년 177% 신장했다. 올해도 9월까지 누적 90.5% 늘었는데, 넷플릭스 케데헌 방영 이후인 7~9월만 놓고 보면 전년 대비 157% 증가했다. 세븐일레븐도 명동, 성수 등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상권의 점포에서 김밥, 소주, 라면, 스낵, 막걸리 등이 지난해에 비해 2~4배씩 매출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마트24 역시 중국인 단체객 무비자 입국이 개시된 9월 29일부터 10월 12일까지 명동에 위치한 점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3% 늘어났다.

■'K푸드 먹자' 주요 점포마다 싹쓸이

외국인들의 인기를 얻으면서 대박을 치는 신제품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GS25가 대상의 김치 브랜드 '종가'와 함께 선보인 '들기름묵은지참치김밥'은 출시 두 달만에 누적 판매량 120만개를 돌파하며 김밥 카테고리 부동의 1위였던 '참치마요듬뿍김밥'을 꺾고 1위에 올랐다. GS25가 명동·홍대·성수 등 외국인 관광객 방문 비중이 높은 점포 37곳을 분석한 결과, 출시 초기 일주일(7월 23~29일) 대비 10월 첫주(10월 1~7일) 들기름묵은지참치김밥 매출은 36.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맵지 않으면서 깊은 발효 풍미를 지닌 종가 백볶음김치가 외국인 고객 입맛을 사로잡으면서 인기 상품이 된 것이다.

CU의 체중조절용 쉐이크 '한손한끼' 시리즈는 대만·싱가포르 관광객이 싹쓸이하는 상품이다. 중화권 인플루언서가 소개하며 인기가 높아져 한번에 100만원씩 구매하는 대만 관광객도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명동역점의 경우 한손한끼 10월 매출이 전월 동기 대비 88.7% 증가했다.

세븐일레븐은 케데헌 주인공이 한 줄짜리 김밥을 통째로 먹는 장면이 인기를 얻으면서 '통김밥' 상품을 이달 초 출시했다. 한국적 디자인 포장에 외국인 고객들이 취식에 참고할 수 있도록 영문 문구도 추가했다.

특히, 중국 단체 관광객이 많이 찾는 제주도는 외국인 유입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롯데관광개발이 운영하는 제주드림타워 복합리조트는 중국 국경절 연휴와 겹친 올 추석 연휴 만실에 가까운 예약률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K치킨이 글로벌 유명세를 타면서 제주에 위치한 bhc 점포들도 매출이 급증했다. bhc를 운영하는 다이닝브랜즈그룹에 따르면 지난 황금연휴 기간 동안 제주 지역 40개 bhc 매장 중 관광 요충지에 위치한 신화월드점, 협재점, 애월점의 지난 3~9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4.6%, 67%, 62%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맞춤형 상품과 프로모션이 매출 상승에 중요한 전략이 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외국인 고객 유치를 위해 다양한 마케팅과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김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