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김정은 과거 회담서 빈손
검증 가능한 비핵화 논의 담아야
검증 가능한 비핵화 논의 담아야
우리로서는 북미 정상회동에 대한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다. 한반도 긴장 완화가 안보뿐만 아니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대화의 물꼬를 트고 평화 무드를 조성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특히 최근 경색된 남북관계를 고려할 때 북미대화 재개는 한반도 정세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이 또다시 형식적인 '이벤트'로 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전부터 APEC이라는 일정을 앞두고 북미 정상의 만남을 충실하게 준비해 실질적 성과를 도출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APEC 기간이 다가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북미대화 분위기를 띄우는 모양새다. 얼마나 알찬 만남이 될 것인지 기대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더구나 과거의 학습효과도 복기해봐야 한다. 트럼프와 김정은은 이미 세 차례 만났지만, 실질적 성과를 손에 쥔 적이 없다. 2018년 싱가포르 회담과 2019년 하노이 회담, 그리고 판문점 회동까지 화제성 면에선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비핵화를 향한 구체적 진전은 없었다. 오히려 북미 간 만남이 북한에 핵무장을 완성할 시간만 벌어준 셈이 되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간을 번 북한은 핵무기와 미사일 능력을 더욱 고도화했고, 한반도의 안보환경은 더욱 경직됐다.
더욱 우려스러운 건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 보유에 대한 긍정적인 발언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식의 트럼프의 언급은 아직 공식적인 핵보유국 지위 인정까지는 아니지만, 위험한 신호임에 틀림없다. 이 정도 발언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로 무게추가 기울어지는 것과 다름없다. 이번 행사 기간에 북미 간 만남이 성사되든 불발되든 이미 북한은 이러한 발언을 통해 상당한 전리품을 챙겼다고 봐야 한다.
북미대화가 알맹이 없이 그저 만남이라는 수준으로 과거의 전철을 다시 밟는다면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저 북한에는 체제 선전용으로, 트럼프에게는 외교적 업적 과시용으로만 활용될 뿐이다. 정작 중요한 논의는 뒤로 밀린다. 오히려 북한의 비핵화라는 목표가 희석되는 결과만 낳을 뿐이다. 북미대화가 열릴 가능성을 놓고 부화뇌동하거나 큰 기대를 걸 때가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검증 가능한 비핵화 조치와 한반도 평화를 향한 실질적 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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