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신빙성 부족' 연달아 체면 구긴 檢…기동민 사건 항소, 김범수는?

뉴스1

입력 2025.10.27 10:36

수정 2025.10.27 11:04

서울남부지검
서울남부지검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1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심경을 밝히고 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재판장 양환승)는 SM엔터테인먼트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 창업자에게 “검찰에서는 은밀한 경영권 인수가 진행됐다고 주장하지만 이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025.10.21/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1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심경을 밝히고 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재판장 양환승)는 SM엔터테인먼트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 창업자에게 “검찰에서는 은밀한 경영권 인수가 진행됐다고 주장하지만 이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025.10.21/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김태훈 서울남부지검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등검찰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10.23/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김태훈 서울남부지검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등검찰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10.23/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김종훈 기자 = 검찰이 장기간 유죄 입증에 나선 '라임사태 주범' 김봉현 뇌물 사건과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SM엔터)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연달아 무죄가 선고되며 고배를 마셨다.

두 사건 모두 법원이 사실상 유일한 증거와 증언에 대해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려 검찰 수사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이후 검찰이 김봉현 뇌물 사건에 대해서는 항소장을 제출한 가운데, 카카오 사건에 대해서는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11단독 정성화 판사는 지난달 26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기동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기 전 의원이 2016년 2~4월쯤 서울 서초구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 관련 인허가 알선 등 명목으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건넨 정치자금 1억 원과 200만 원 상당의 양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핵심 증거인 김 전 회장의 수첩과 법정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 판사는 "(정치자금) 교부 여부나 주체 등에 대해서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다"며 "수첩의 신빙성을 볼 때 정치자금을 교부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수첩이 증거로 인증되려면 기 전 의원을 비롯한 피고인들에게 건넨 돈을 작성한 방식이 일관돼야 하는데, 뒤죽박죽이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함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은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표기할 때 앞 두글자를 딴 '이수'가 아닌 '김수'로 적은 점 등도 수첩의 신빙성을 떨어뜨렸다.

지난 21일 무죄가 선고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SM엔터 시세조종 공모 의혹에 대해서도 법원은 검찰이 제시한 핵심 증거의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양환승)는 이날 김 창업자를 비롯한 공범 10명에 대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며, 핵심 증인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의 증언을 믿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전 부문장의 증언에 대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핵심 증거이자 카카오와 원아시아파트너스의 공모에 관해 검사가 제출하는 사실상 유일한 증거"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일관성의 결여 △경험칙과 상식에 반함 △객관적인 증거들과 배치 등의 이유로 그의 증언을 증거로 쓸 수 없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선고 말미에 이례적으로 검찰의 수사 방식을 비판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준호는 수사 과정에서 극심한 압박을 받아 허위 진술을 했다"며 "그것이 이런 결과에 이르게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본건과 관련 없는 별건을 강도 높게 수사해 피의자를 압박하는 방식으로 진술을 얻는 수사 방식은 진실을 왜곡하는 부당한 결과를 낼 수 있다"며 "수사 주체가 어떻게 되든 이제는 (별건 수사가) 지양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 과정에서는 이 전 부문장이 과거 위증으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은 이력도 드러났다.

검찰이 정치인과 기업인을 상대로 공을 들여온 사건에서 잇달아 무죄가 선고되며 일각에서는 무리한 수사였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국정감사에서 카카오 수사에 대해서는 "보복 수사"라는 말까지 나왔다.

김태훈 서울남부지검장은 지난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김 창업자에 대한 무죄 선고와 법원의 비판과 관련해 "매우 아프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 검찰의 저격 수사가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건희 여사가 게임산업협회에 근무했다는 점을 김 창업자가 부정해 김 여사가 곤란해지자, 김 창업자를 향한 검찰의 보복 수사가 이뤄졌다는 시각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자 김 지검장은 "들은 바는 있지만 사실관계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처럼 검찰 수사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핵심 증거와 증언에 대한 신빙성 부족이라는 유사한 이유로 무죄가 나온 두 사건에 대한 검찰의 항소 여부가 엇갈릴지 주목된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10일 기 전 의원과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해서 항소를 제기했다. 검찰은 "1심 판결 내용과 제반 증거 및 항소심에서 판결 변경 가능성 등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공여자들의 신빙성 있는 공여 진술 및 이에 부합하는 증거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카카오 사건에 대한 검찰의 항소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다만 검찰이 무죄 선고 당일 "판결에 대해서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마뜩잖은 입장을 밝힌 만큼 항소 가능성이 열려 있다.
카카오 1심 결과에 대한 항소 기한은 오는 28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