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청소년 비만 10년 새 2배로 "적극적인 의학적 개입 필요"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27 15:40

수정 2025.10.27 13:20

소아청소년 비만 80%는 성인으로 이어져 단순한 체중 관리의 문제 아닌 사회적 문제 특히 소아청소년 정서적 문제와도 직결돼
이해상 아주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한국 소아청소년 비만의 문제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강중모 기자
이해상 아주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한국 소아청소년 비만의 문제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국내 청소년 비만이 지난 10년 사이 약 두 배로 증가하며, 단순한 체중 관리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 보건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비만이 고혈압·당뇨 등 대사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정서적 문제까지 동반되는 만큼 조기 개입과 근거 기반의 관리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노보노디스크제약은 27일 ‘10년 새 두 배로 증가한 국내 청소년 비만, 올바른 치료 로드맵은?’을 주제로 한 언론 간담회를 열고, 청소년 비만의 실태와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이번 행사는 빠르게 증가하는 청소년 비만의 심각성을 사회적으로 환기하고, 성장기 청소년이 안전하고 책임 있는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영준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비만은 그 자체로 질병이며, 미용적 측면으로만 접근해서는 곤란하다”며 “특히 청소년 비만은 성장과 함께 진행되기 때문에 다층적인 치료 방법이 필요하고, 약물 외에도 생활 습관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인디언 속담에 ‘아이는 온 마을이 힘을 다해 키운다’는 말이 있는데, 청소년 비만 문제도 개인의 문제로 보기보다 사회 전체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고 덧붙였다.

이해상 아주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중·고등학생 비만율이 약 두 배 가까이 늘었다”며 “특히 한국은 중국·일본·대만 등과 비교해도 여아 24.6%, 남아 43.0%로 성별에 관계없이 높은 비만율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청소년 비만의 약 80%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진다”며 “고혈압, 당뇨병, 지방간 등 대사질환 위험뿐 아니라 자존감 저하·우울·불안 같은 정서적 어려움까지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청소년기 비만은 가정과 학교, 또래 관계를 약화시키고 학업 성취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결국 복합적이고 비가역적인 건강 문제로 발전할 위험이 크다”고 강조했다.

홍용희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청소년 비만에 대한 인식 격차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청소년 비만을 개인의 책임으로만 보는 인식이 여전히 많다”며 “비만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영국, 호주, 대만 등 10개국을 대상으로 진행된 ‘ACTION Teens’ 국제 공동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한국 청소년의 80%가 비만을 자신의 책임으로 여기는 반면, 보호자는 45%에 불과했다”며 “이처럼 스스로를 탓하는 경향이 강해 낙인을 내면화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청소년 10명 중 8명은 실제로 체중 감량을 시도했지만, 보호자의 절반만이 이를 인지했고, 의료진의 인식률은 35%에 그쳤다”며 “청소년의 의지와 노력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비만이 개인의 생활습관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가 책임지고 관리해야 할 질환이라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비만 치료의 기본은 식사·운동·행동을 포함한 생활습관 교정이지만, 생활습관만으로 조절이 어렵거나 합병증이 동반된 경우 약물 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며 “12세 이상 청소년부터 전문의의 판단하에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노보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는 지난 24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12세 이상 청소년 환자의 체중 관리를 위한 칼로리 저감 식이요법 및 신체 활동 증대의 보조 요법으로 적응증 확대 승인을 받았다.

이에 따라 초기 체질량지수(BMI)가 성인 기준 30㎏/㎡ 이상이면서 체중이 60㎏을 초과하는 12세 이상 청소년 환자는 위고비를 투여받을 수 있게 됐다.


다만 식약처는 청소년 환자에서 주 1회 2.4㎎ 또는 최대 내약 용량으로 12주간 투여한 후, BMI가 최소 5% 이상 감소하지 않는 경우 치료를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