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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패권 약화...韓 교역 다각화해야" 한경협 국제 콘퍼런스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27 16:42

수정 2025.10.27 16:42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화상연설
"달러 중심 통화질서 약화" 주장
제프리 쇼트 PIIE 선임연구위원
"韓, 교역 다각화 추진해야"
류진 한경협 회장(앞줄 왼쪽 네번째)을 비롯한 내빈들이 27일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25 FKI-PIIE-OECD 국제 컨퍼런스'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경협 제공
류진 한경협 회장(앞줄 왼쪽 네번째)을 비롯한 내빈들이 27일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25 FKI-PIIE-OECD 국제 컨퍼런스'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경협 제공

[파이낸셜뉴스] 금융분야 석학으로 평가받는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가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와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달러 중심 통화질서가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한국경제인협회가 27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 콘퍼런스센터에서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공동 으로 개최한 '세계 경제질서 재편: 무역, 인공지능(AI), 금융회복력의 해법 모색' 국제 콘퍼런스에서는 달러 패권 전망, 한국의 인공지능(AI)대응에 대한 석학들의 논의가 이뤄졌다.

로고프 교수는 최근 발간한 자신의 저서 '달러 이후의 질서(원제 Our Dollar, Your Problem)'를 주제로 한 화상 연설에서 "달러는 여전히 세계 기축통화로서 압도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미국 재정적자 규모가 날로 커지면서 달러 패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까지 더해지면서 글로벌 통화 시스템은 더욱 다극화된 형태로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일 기축통화 중심 체제가 유로화, 위안화, 디지털 통화 등 대체 결제수단으로 점차 분산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란 얘기다.

UC버클리 경제학과 교수인 모리스 옵스펠드 PIIE 선임연구위원도 "안보·주권 논리가 강화되면서 자유로운 무역과 자본이동을 제약하는 '금융 분절화'가 확대되고 있다"며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OECD, 주요 20개국(G20) 등 기존 국제금융체제를 구성하는 주요 제도들을 약화시키며, 달러 패권의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김진일 고려대 교수는 한국 대응에 대해 "물가와 환율이 요동칠 때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인 '회복탄력성'을 갖추는 것이 핵심"이라며 "금융시장의 위기가 실물경제 전체로 번지는 '시스템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프리 쇼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주의'와 '리쇼어링' 기조를 중심으로 한 보호무역 강화 흐름을 분석하며 한국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을 통해 교역 다변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인원 고려대 명예교수는 디지털화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아시아 무역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제시하며 공급망 리스크 관리와 무역비용 절감이 한국 경제의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류진 한경협 회장이 27일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25 FKI-PIIE-OECD 국제 컨퍼런스'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경협 제공
류진 한경협 회장이 27일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25 FKI-PIIE-OECD 국제 컨퍼런스'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경협 제공

인공지능이 미중 전략경쟁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마틴 쵸르젬파 PIIE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중국 AI 경쟁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 발표에서 한국이 반도체 산업을 기반으로 AI 응용 분야의 기회를 확대하되, 양국 사이의 전략적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AI는 미·중 전략경쟁의 핵심으로, 미국의 반도체 통제와 중국의 오픈(개방형) 모델 전략이 글로벌 AI 생태계를 양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이 현재 전 세계 나머지 국가를 모두 합친 것보다 약 3∼4배 많은 컴퓨팅 파워를 보유했다고 설명했다. 쵸르젬파 위원은 "중국은 딥시크 등 누구나 쓸 수 있는 '오픈 웨이트'(AI가 학습 과정에서 습득하고 조정된 수치를 공개해 개발자들이 맞춤화할 수 있도록 한 것) 모델을 통해 미국 모델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며 "각각 최고의 미중 모델 간의 격차는 현재 약 4∼6개월 정도로 상당히 좁혀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류진 한경협 회장은 "지금까지 우리 경제는 자유무역의 혜택 속에서 성장해 왔지만 세계 경제질서의 구조적 변화는 우리에게 새로운 전략적 방향 설정을 요구하고 있다"며 "과거 성공 방정식만으로는 미래의 성공을 기약할 수 없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경협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PIIE와 공동 콘퍼런스를 열었다.
올해는 OECD가 참여해 글로벌 협력의 폭을 넓혔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