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산물은 추가 개방없어...국내시장 영향 최소화
[파이낸셜뉴스] 한국이 말레이시아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한-말레이시아 FTA는 우리나라가 체결한 27번째(협상 타결 기준) 자유무역협정이다.
산업통상부는 26일(현지시간)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뜽쿠 자프룰 말레이시아 투자통상산업부 장관과 FTA 협상을 최종 타결하고 이를 확인하는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고 27일 밝혔다.
한국은 한-아세안 FTA(2007년 발효) 및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2022년 발효)을 통해 기계, 가전, 화장품, 의약품, 가공식품(라면) 등 말레이시아 시장 개방을 상당 부분 확보했으나, 말레이시아의 민감성에 따라 자동차·철강 등 일부 주력 수출 품목은 개방이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양자 FTA를 통해 우리는 전체 품목의 94.8%, 말레이시아는 92.7%를 자유화하게 됐다.
말레이시아는 아세안 지역에서 두 번째로 큰 자동차 시장이지만, 자국 기업(프로톤·페로두아)의 점유율이 60%를 넘고 우리 브랜드 판매량은 저조한 편이다. 이번 FTA를 통해 우리 기업의 수출 유망 품목 다수의 관세를 철폐 및 감축함으로써 국산 자동차의 말레이시아 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했다.
특히 전기차의 경우 완성차 조립용 부품세트(CKD) 전기차 세단 및 SUV의 관세(10%)가 철폐되고, 완성 전기차 SUV의 관세(30%)는 50% 감축될 예정이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적극적으로 전기차 보급 확대를 추진 중이지만, 아직 수입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이번 FTA를 계기로 우리 기업들의 전기차 수출 증가가 기대된다.
전기차 이외에도 가솔린, 하이브리드, 디젤 CKD 자동차의 관세가 전반적으로 인하됐다. 특히 RCEP을 통해 이미 철폐되고 있는 가솔린 CKD 자동차의 관세(8~28%)를 연도별로 약 1~3%p씩 추가 인하하고, 하이브리드·디젤 CKD 자동차의 경우 RCEP에서 양허되지 않은 품목들의 관세를 8%에서 4%로 감축했다. 이를 통해 말레이시아 현지에 CKD 공장 건설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추진 중인 우리 기업에 유리한 사업 환경이 조성될 전망이다.
우리가 말레이시아에 많이 수출하고 있는 폴리에틸렌·폴리프로필렌 등 각종 화학제품의 관세도 철폐돼 우리 기업의 수출 판로 확대가 기대된다.
전 세계적으로 바이오 원료 확보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우리는 팜산유 등 바이오 원료의 잔여 관세를 철폐해 원가 절감 및 수급 안정이 기대된다. 아울러 우리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요소수 등의 관세 철폐 기간을 RCEP 대비 단축해 공급망 안정성도 강화할 예정이다.
반면, 국내 민감도가 높은 농림수산물 대부분은 추가 개방하지 않고, 말레이시아로부터 수입이 적은 두리안·파인애플·바나나 등 열대과일과 가리비·조제어류 등 수산물을 중심으로 양허해 국내 시장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했다. 또 국내 업계 민감성을 반영해 어류·육류·과채류 등 신선 농축수산물 전반에 대해서는 엄격한 기준을 유지하고, 가공 농수산물 중 홍삼 조제품·조미김 등에 들어가는 핵심 원재료는 자국산을 사용하도록 해 국내 생산 기반과 수출을 연계했다.
양국은 상호 이익과 발전 가능성을 토대로 협력 강화가 필요한 할랄·지식재산권·공급망·바이오경제 등 11개 핵심 분야를 규정하고, 업계 수요를 반영한 구체적인 협력 활동을 명시함으로써 보다 체계적인 협력 기반을 마련했다. 특히 말레이시아가 체결한 FTA 중 비(非) 이슬람권 국가로는 최초로 할랄 협력을 반영, 정부 간 협력의 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지식재산권 침해 발생 시 신속한 정보 공유체계를 구축하고, 침해 사안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지식재산권 보호 및 집행의 실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이번 협상 타결 선언 이후 법률 검토 및 협정문 국문 번역 등 정식 서명을 위한 절차를 조속히 완료하고, 정식 서명 이후 국회 비준 동의 등 협정 발효를 위한 절차도 차질 없이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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