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반도체가 사상 최고 이끌어
활황 지속 관건은 기술 경쟁력 향상
활황 지속 관건은 기술 경쟁력 향상
거침없는 상승세 견인차가 외국인과 반도체였다는 사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4일까지 외국인의 유가증권시장 순매수 금액은 5조2000억원이 넘는다. 이 기간 기관은 2조4000여억원 순매수했고, 개인은 반대로 8조원 넘는 금액을 순매도했다. 여러 이유로 국내 증시를 외면했던 외국인이 돌아온 이유는 국내 대형 반도체의 추가 상승 기대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인공지능(AI) 바람을 타고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반도체 업체들은 앞서 유례없는 상승을 기록했다. 그에 비하면 국내 테크기업들은 이상하리만치 같이 상승세를 타지 못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한 지적은 이와 맞물려 계속 나왔다.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집중적으로 사들인 종목은 이들 저평가 반도체 기업이다. 이달 들어 지난 24일까지 외국인의 삼성전자 순매수 금액은 4조328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사상 처음 주당 10만원을 돌파했다. 미국 엔비디아 납품, 고대역폭메모리(HBM) 점유율 확대 등 최근 잇달아 나온 호재성 뉴스도 주가 상승에 한몫했을 것이다. SK하이닉스도 이날 같이 올라 다시 신고가를 경신했다.
시장에선 AI 서버에 대한 폭발적 수요로 반도체 호황 사이클이 본격 시작됐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추가 상승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재명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과 적극적인 부양 의지도 외국인을 다시 끌어들인 요인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인 미국 증시, 극적 타결 가능성이 높아진 미중 관세전쟁 등 긍정적인 외부환경 역시 투자심리를 더 부추길 수 있다.
시장 유동성과 투자심리에 휩쓸려 막무가내로 증시에 뛰어드는 것은 금물이다. 부동산에 이어 증시에서도 나만 뒤처졌다는 불안감을 가진 이들의 '빚투(빚내서 투자)'가 다시 불붙게 되는 게 아닐까 걱정도 된다. 이날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지난달 말보다 57%나 급등했다. 관건은 우리 기업과 경제의 확고한 경쟁력이다. 현재 상승장은 기업 전반의 생산성 향상이나 펀더멘털 개선과 무관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꾸준한 우상향 상승장을 끌어내기 위해선 철저한 구조개혁과 기업 내실을 기하는 수밖에 없다. 한국 경제는 올해 0%대 성장과 내년에는 잘해야 1%대 성장이 점쳐진다. 지속 가능한 상승장을 기대하기엔 부족한 체력이다. 기업들은 관세전쟁과 내수 부진에 연일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업종을 보면 반도체를 제외한 대부분이 중대 기로에 선 상태다. 정부는 국익을 지키면서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협상 성과를 내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한다. 결국 기업의 실적과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일이야말로 최고의 증시 부양책이다. 정부의 뒷받침이 그만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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