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부속실장 "문서에 크게 의미 부여 안했다"
前 수행실장 "尹, 국무위원 일부 지정해 불러"
재판부 공소장 변경 허가…11월 종결 목표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12·3 비상계엄 이후 작성한 사후 계엄선포문의 폐기를 지시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할 국무위원을 직접 지정한 윤 전 대통령에게 '절차적 요건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는 27일 내란 우두머리 방조,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 혐의를 받는 한 전 총리 사건의 4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는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과 김정환 전 대통령실 수행실장이 증인으로 나왔다.
강 전 실장은 법정에서 비상계엄 선포 후 김주현 당시 민정수석에게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가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한 전 총리에게 비상계엄 선포 관련 자료를 가졌는지 물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12월6일 오전 한 전 총리로부터 비상계엄 선포문을 받았고, '요건을 갖춰야 한다'며 한 전 총리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서명을 요청해 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다음 날인 12월7일 윤 전 대통령에게 서명을 요청했으며, 윤 전 대통령은 "날짜가 지났는데 관계없나"라면서도 서명했다고 증언했다.
강 전 실장은 이후 12월8일 한 전 총리가 전화로 '나중에 작성된 게 알려지면 괜한 논란이 될 수도 있으니 폐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 전 총리가 문서가 없어도 국무회의의 실체가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도 했다.
그는 12월 말에서 1월 초 사이 윤 전 대통령이 해당 문서의 행방을 묻자 한 전 총리 지시에 따라 폐기했다고 보고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은 '폐기했으면 할 수 없다'고 답했다고도 진술했다.
대통령이 서명한 문서를 국무총리 의견에 따라 폐기했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재판부의 지적에 강 전 실장은 "문서를 임의로 만들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앞서 강 전 실장은 한 전 총리 지시와 윤 전 대통령의 승인 이후에 사후 계엄선포문을 폐기했다고 수사기관에서 진술했는데, 법정에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선포문 폐기 당시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진술을 바꾼 것이다.
강 전 실장에 앞서 재판부는 김정환 전 대통령실 수행실장에 대한 증인신문도 진행했다.
김 전 실장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 국무위원 일부를 지정해 부르라고 지시했으나, 한 전 총리로부터 국무회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추가로 몇 명을 더 부르도록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비상계엄 선포 당일 삼청동 안가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등과 만난 뒤 대통령 집무실로 돌아온 윤 전 대통령은 오후 8시께 박성재 당시 법무부 장관을 지목하며 '빨리 들어오라고 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후 한 전 총리와 김영호 전 통일부 장관, 이 전 장관 등 4명이 적힌 메모를 주며 대통령실로 오라고 했다고 김 전 실장은 설명했다.
대통령실에 도착한 한 전 총리는 계엄 선포 계획을 들은 뒤 "기다려달라" "(비상계엄) 요건을 갖춰야 한다, (국무회의) 정족수를 맞춰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윤 전 대통령이 국무위원 6명을 추가로 소집했단 것이다.
재판부가 '숫자를 제한해 부르라고 한 것이 맞느냐'고 재차 묻자 김 전 실장은 "다 부르라고 하지 않았고, '불러주는 사람만 불러라'라고 했다"고 답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대통령은 무언가를 신속하게 하려는 것 같았고, 총리는 기다려달라고 하는 느낌이었다"고도 했다.
다만 김 전 실장은 '한 전 총리가 윤 전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반대한다고 말한 것을 들었는지', '다른 국무위원들을 불러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말한 것을 들었는지' 등을 묻는 재판부 질문엔 "(들은 적) 없다"고 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추가한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의 내란 공소장 변경 신청을 허가했다.
지난 20일 열린 공판에서 재판부는 특검팀과 한 전 총리 측이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 성립 여부를 놓고 다투고 있으니 공소사실을 추가해 적용 법조가 있는지 검토해보라는 취지로 공소장 변경을 요청했고, 특검팀은 이에 따라 지난 24일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재판부는 심리 과정에서 사실 관계를 살펴보고 한 전 총리에게 내란 방조 혐의와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중 어떤 법리를 적용할지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형법에 따르면 내란 우두머리 방조죄의 법정형은 정범인 내란 우두머리죄(사형 또는 무기징역)의 절반으로, 징역 10년 이상 50년 이하가 적용된다.
내란 중요임무 종사죄의 경우, 년 이상 징역부터 무기징역 또는 사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정 최저형은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가 더 무겁다.
아울러 재판부는 오는 11월 중으로 1심 심리를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양측의 협조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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