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룬 헌법위원회에 따르면, 비야 대통령은 53.7%를 득표해 전 정부 대변인이자 고용노동부 장관 출신인 이사 치로마 바카리 후보(35.2%)를 크게 앞섰다.
1982년부터 장기 집권해 온 비야 대통령은 7년 임기를 마치면 99세가 된다. 2022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서거하면서 그는 세계 최고령 국가 원수가 되었다.
비야 대통령은 2008년 대통령 임기 제한을 폐지한 뒤 매번 여유 있는 표차로 재선에 성공해 왔다.
지난 12일 치러진 이번 대선에서도 야당 후보로 9명이나 출마하면서 비야 대통령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나왔다. 카메룬은 단선제로 과반 득표를 얻지 못하더라도 최다 득표 후보가 당선된다.
결과 발표 직후 카메룬 전역의 도시에서는 개표 결과에 반발해 산발적인 시위가 발생했다. 전날에도 카메룬의 상업 중심지인 두알라에서 최소 4명이 야권 지지자들과 보안군 간 충돌 과정에서 숨졌다.
두알라의 한 시위 참가자는 "카메룬 국민 대다수가 치로마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며 "비야 대통령이 일부 전쟁 지역에서 승리했다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표 전 선거 승리를 주장했던 치로마 후보는 페이스북에 "북부 도시 가루아 자택 밖에서 민간인들을 향해 총격이 가해져 2명이 사망했다"고 글을 올렸다. 누가 총을 쐈는지는 밝히지 않았고, 선거 결과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올해 초 비야 대통령과 결별했으며, 여러 야당과 시민단체의 지지를 받으며 대규모 군중을 모은 선거운동을 펼쳤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수석 정치경제학자 프랑수아 콘라디는 "공식 결과를 카메룬 국민 대다수가 거부하고 있어 불안 사태가 더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비야 정부가 오래 버틸 것 같지 않다"고 전망했다.
국제위기그룹(ICG) 아프리카 프로그램 국장 무리티 무티가는 "비야 대통령은 자국민 상당수가 승리를 믿지 않는 상황에서 매우 불안정한 정당성을 갖게 됐다"며 "추가 충돌을 막기 위해 비야 대통령이 신속히 전국적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카메룬은 대서양을 마주하고 있으며 인구는 약 2900만 명이다. 원유와 코코아와 같은 1차 제품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다.
부패 문제와 청년 실업률도 심각한 수준인데, 야당 후보들은 이를 "장기간의 권위주의 통치의 해로운 영향"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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