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관한 낱말로 [덜미]를 만납니다. 목의 뒤쪽 부분과 그 아래 근처가 첫 번째 뜻입니다. 뒷머리를 짧게 자르면 덜미가 시립니다. 의미를 분명히 드러내려고 목덜미라 쓰기도 합니다. 황순원의 『소나기』에 나온 '목덜미가 마냥 희었다'라는 문장이 보기입니다.
목덜미가 목의 뒤쪽이라면 목의 앞쪽은 무엇일까요? [멱]입니다. 멱을 따서 닭을 잡는다고 표현합니다. 어렸을 땐 시골에서 부엌 외벽 못에 맨 노끈에 집닭이 교수형 당하는 것을 본 적도 있습니다. 기분이 묘했습니다. 저렇게 해서 식구들 밥상에 백숙이 오르는구나. <추 서방은 날이 선 칼로 황소의 멱을 따기 시작했다.>(김원일/노을), <종술은 멱에까지 차오르는 주먹 같은 아니꼬움을 느꼈다.>(윤흥길/완장)라는 소설 속 문장도 보입니다. 사람의 멱 부분의 살이나 그 부분, 또는 사람의 멱이 닿는 부분의 옷깃은 [멱살]입니다. 멱살을 잡다, 놓다, 풀다, 거머쥐다, 부여잡다, 추켜잡다 합니다. 한편 '멱살 잡고 ○○한다'라는 표현은 걸출한 개인이 팀플레이 스포츠나 게임, 극(劇)에서 전체 상황을 좋은 쪽으로 ○○한다는 뜻입니다. 세를 넓혀가는 관용구입니다. 이를테면 주인공 한 명이 멱살 잡고 끌고 가는 영화가 있고 투수 한 명이 멱살 잡고 이끄는 야구 경기가 있습니다. 좋은 결과만 보장된다면야 가끔은 멱살 잡히고 싶은 것이 관객들과 협업자들의 마음입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정주리, 『생각하는 국어』, 도서출판 도솔, 1994, pp. 77-78. 덜미와 멱 설명 인용
2. 표준국어대사전
3. 고려대한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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