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네덜란드 정부가 지난 9월 중국 기업이 인수한 반도체 기업 넥스페리아(Nexperia)의 경영권 통제에 나선 것은 회사 경영진이 유럽 사업을 해체하고 생산시설을 중국으로 이전하려 했다는 우려 때문으로 알려졌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소식통 네 명을 인용해 최근 불거진 넥스페리아를 둘러싼 중국과 네덜란드 간의 갈등 상황의 배경을 이같이 전했다.
넥스페리아는 차량용 기초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약 40%에 달하는 선두 기업이다. 네덜란드 기업이지만 2019년 중국 윙테크의 자회사로 편입돼 사실상 경영권이 중국에 넘어갔다.
그런데 윙테크 창립자인 장쉐정이 넥스페리아 최고경영자(CEO)도 겸임하면서 넥스페리아의 자산이나 핵심 기술, 장비를 중국으로 이전하려 했다고 네덜란드 정부는 의심하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장쉐정은 유럽 인력의 40%를 감축하고 독일 뮌헨의 연구개발 센터를 폐쇄할 계획이었으며, 영국 맨체스터 공장에서 중국 윙테크 소유 공장으로 칩 설계도와 장비 설정값 등 핵심 기술을 이전했다. 넥스페리아 독일 함부르크 공장의 물리적 장비도 중국으로 옮겨질 예정이었다.
이에 네덜란드 정부는 9월 30일 넥스페리아 경영권 통제에 나섰고, 법원은 10월 1일 장쉐정을 CEO 직무에서 정지시켰다. 그러자 중국 상무부는 10월 4일 넥스페리아 중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수출을 차단하며 대응에 나섰다. 넥스페리아는 대부분의 칩을 유럽에서 생산하지만, 약 70%는 중국에서 포장돼 유통된다.
중국과 네덜란드 간 넥스페리아를 둘러싼 갈등은 한 달째 이어지고 있으며, 유럽·미국·일본의 자동차 제조사들은 칩 부족으로 인한 생산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자국 기술 유출 방지와 산업 주권 보호를 내세우고 있고, 중국은 경영권 침해를 문제 삼고 있다.
다만 소식통들은 네덜란드 정부가 결국 중국과 협상을 통해 넥스페리아를 다시 네덜란드-중국 공동 구조로 복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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