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뉴스1) 김기현 기자 = "검찰청입니다. 등기가 왔는데, 당장 확인하셔야 합니다. 지금 등기 수령이 어려우면 사이트에 들어가서 확인해 주세요."
경기 안양시 한 회사에 다니고 있는 30대 여성 A 씨가 지난달 5일 스스로를 검찰 수사관이라 소개하는 남성과 나눈 통화 내용 중 일부다.
당시 A 씨는 전화를 끊지 않은 채 아무런 의심 없이 남성이 언급한 사이트를 통해 등기를 확인했는데, 이내 충격에 휩싸였다.
A 씨 앞으로 접수된 고발장과 A 씨 명의 대포통장 입출금 거래내역, 압수수색 영장 등이 잇달아 나타나면서다.
동시에 남성은 "당장 금융감독원에 가서 자필 서명을 해야 한다. 그렇게 안 하면 검찰로 출두해야 한다"고 겁을 줬다.
그러면서 "보안을 지켜야 하니 검찰 조사에 대해 말해선 안 된다"면서 "가족이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하라"고 회사 조퇴 사유까지 친절히 알려줬다.
결국 회사를 조퇴하게 된 A 씨는 인근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새 휴대전화까지 개통했다. 남성이 기존 휴대전화를 포렌식해야 해 며칠 사용할 수 없다고 말한 탓이다.
이어 A 씨는 남성이 골라 준 모텔로 가 방을 빌린 후 입실하기 위해 엘리베이터 방향으로 이동했다.
바로 그때, 그는 우연히 엘리베이터 버튼 위에 붙어 있던 '피싱 예방 포스터'를 마주하게 됐다.
'모텔 셀프감금, 신종 보이스피싱, 당신을 노리고 있습니다. 수사기관 사칭, 고립 상태 유도, 금전 편취, 보이스피싱이 의심된다며 지금 바로 112로 신고해 주세요!'
자연스럽게 이 포스터에 적힌 내용을 유심히 읽은 A 씨는 이내 자신도 피해자라는 사실을 깨닫고, 모텔 업주에게 도움을 요청해 경찰에 신고했다.
A 씨는 "엘리베이터 앞에 붙은 포스터 내용을 보니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상황과 너무 똑같았다"며 "뒤늦게 사기임을 깨달아 경찰에 신고하고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해당 포스터는 안양만안경찰서 안양지구대 공동체치안활동팀(김승조 경감, 박선희 경사)이 올해 6월부터 모텔과 중심상가, 시장 등을 돌며 부착한 1000부 중 1장이었다.
안양만안서가 각 지구대장과 주간근무 전담 요원으로 구성한 공동체치안활동팀은 3개월 이상 112 반복 신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선제적 범죄 예방 활동을 벌이고 있다.
안양지구대 공동체치안활동팀은 지난 3월부터 3개월간 '셀프감금' 보이스피싱 신고가 11건 접수된 가운데 4억 2000만 원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한 사실을 파악해 적극적인 예방 활동을 펼쳐 왔다.
박 경사는 "셀프 감금 수법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가 커지고 있어 모텔 업주, 시장 상인회와 협력해 눈에 띌 만한 모든 곳에 예방 포스터를 부착했다"며 "지역사회가 적극적으로 협조해 준 덕에 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성규 안양만안서장은 "앞으로도 공동체치안활동팀의 치안 모델을 더욱 발전시켜 변화하는 치안 환경에 걸맞은 미래형 예방 치안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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