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뉴스1) 최동현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8일 "지금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많이 지어야 하는데, 거기 들어가는 칩(Chip)부터 에너지까지 모두 보틀넥(병목)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한국이 새롭고 아주 빠르게 적응하는 스피드로 병목을 풀어내는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이날 경북 경주엑스포대공원 문무홀에서 SK그룹 주관으로 열린 '퓨처테크포럼 AI'에서 "AI는 세계 질서를 새롭게 짜는 변곡점 역할을 하고 있고, 기술적으로는 리즈닝(생성형·추론형) AI에서 에이전틱 AI로 넘어가는 급속한 발전과 변화가 전 세계적인 바틀넥 현상을 유발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AI 산업은 폭발적 성장에 더해 미중갈등의 핵(核)으로 떠오르면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물론 전 세계 모든 나라가 경쟁적으로 AI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부터 송전망까지 핵심 소재들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숏티지' 현상을 빚고 있다.
최 회장은 정보기술(ITC) 산업에 유독 민첩하게 적응하는 한국 시장이 AI 산업의 훌륭한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최태원 회장은 정부와 민간이 '원팀'을 이뤄 AI 기술력을 고도화하는 것을 넘어, 미국 빅테크 등 글로벌 플레이어와의 협력도 더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보다 최대 100배 더 많은 투자를 하는 미국·중국과 경쟁하려면 '기술 연대'가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최 회장은 "미국은 AI 전쟁에서 승리하겠다는 전략적 목표로, AI 인프라를 제대로 만들고, 미국 (AI) 기술을 전 세계에 확산시키겠다는 아이디어와 전략적 목표를 확실히 가지고 있다"며 "중국은 중국대로 4중전회와 15차 5개년 계획을 통해 '기술 자립'과 '내수 확대'라는 두 가지 축으로 AI 경쟁력을 강화하려고 한다"고 진단했다.
미국과 중국이 AI에 천문학적 투자를 쏟는 점도 강조했다. 최 회장은 "미국과 중국, 일부 빅테크는 AI에 투자를 엄청나게 쓰고 있다"며 "저희(한국)가 투자하는 액수에 0이 최소 1~2개(10~100배) 더 붙는 수준이고, 속도 경쟁도 아주 치열하다"고 짚었다.
최 회장은 "대한민국은 정부와 기업이 원팀으로 아주 긴밀히 협업해서 컴퓨팅 인프라 구축 사업,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등 기술 자립을 위한 해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100% 모든 것을 국산화한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글로벌 플레이어와도 같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그룹은 미국 아마존웹서비스(AWS)와 2027년 준공을 목표로 100메가와트(㎿) 규모 하이퍼스케일급 AI 데이터센터를 울산에 구축 중이다. 이달 초에는 오픈AI와 서남권에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하는 데 뜻을 모으는 등 한국이 아시아·태평양 AI 허브로 발돋움하는 데 필요한 AI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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