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전환점 맞은 AI기술… 사람처럼 상상하고 질문할 줄 알아야"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28 12:00

수정 2025.10.28 20:43

'LG 구겐하임 파트너십 성과' 심포지엄
이문태 LG 랩장·딘킨스 교수 대담
"창의적 대답 유도하는 실험 진행
정확성보다 인간다움 중요해져"
LG AI연구원 이문태 초지능랩장(왼쪽)과 스토니브룩대 스테파니 딘킨스 교수(오른쪽)가 지난 24일(현지시간)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과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캠퍼스 산하 퓨처 히스토리스 스튜디오가 공동 주최한 심포지엄에 참석해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이병철기자
LG AI연구원 이문태 초지능랩장(왼쪽)과 스토니브룩대 스테파니 딘킨스 교수(오른쪽)가 지난 24일(현지시간)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과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캠퍼스 산하 퓨처 히스토리스 스튜디오가 공동 주최한 심포지엄에 참석해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이병철기자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AI는 계산만 하는 도구가 아니라 멈추고 생각할 수 있는 존재여야 합니다."

세계적인 AI 과학자와 예술가가 만나 '정확한 AI'보다 '사유하는 AI'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LG AI연구원 이문태 초지능랩장과 스토니브룩대 스테파니 딘킨스 교수는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불안한 지성: 예술과 AI를 통해 본 이성의 정치학' 심포지엄에서 만나 AI의 창의성과 예술, 인간과의 협업에 대해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눴다. 이번 행사는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과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캠퍼스 산하 퓨처 히스토리스 스튜디오가 공동 주최했다.

LG는 2022년부터 구겐하임 미술관과 'LG-구겐하임 글로벌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딘킨스 교수는 LG 구겐하임 어워드의 첫 번째 수상자로서, AI가 학습하는 정보 속에 내재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 문제를 예술적으로 드러내는 작업을 해왔다. 그는 예술을 통해 "기계가 학습하는 데이터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을 강화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왔다.

이 랩장은 이날 "AI에게 단순히 계산만 시키지 않고, 생각할 틈을 주면 매번 다르고 더 창의적인 결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보간(interpolation)과 외삽(extrapolation)의 개념으로 이를 설명했다. "AI의 세계에서는 항상 정확성이 우선으로 여겨지지만 그것만으로는 흥미롭지 않다"며 "모델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방향으로 외삽을 시도해야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지 생성 과정에 '사유(thinking)'라는 개념을 넣어 매번 다른 결과를 내는 실험을 진행했다고 소개했다. "AI가 단순히 계산하지 않고 생각하는 과정을 흉내 낼 때, 비로소 예술이 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AI가 고양이 사진 여러 장을 학습했다면 새로 만든 이미지는 평균적인 고양이처럼 보인다. 이것이 '보간'이다. 하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방향으로 상상하게 하면 매번 다른 결과가 만들어지고, AI가 마치 스스로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반면 딘킨스 교수는 AI의 사회적 편향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AI는 미래의 기술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과거의 편견을 되풀이한다"며 "얼굴 인식 시스템이 어두운 피부를 인식하지 못하고, 채용 알고리즘이 '여성'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이력서에 불이익을 주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I를 완전히 새로운 존재로 보지 말고, 그 안에 숨어 있는 과거의 흔적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의 접근법은 달랐지만 결론은 같았다. 기계가 계산을 잘하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 앞으로의 AI는 실수하고, 망설이고, 인간처럼 배우는 법을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AI가 인간의 복잡함을 이해하지 못하면 진짜 혁신도 없다.

딘킨스 교수는 "기계가 우리를 이해하게 하려면, 우리가 먼저 인간의 이야기를 들려줘야 한다"며 "AI가 실수하고 멈추는 과정에서 오히려 인간다움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이 랩장 역시 "모델이 10초간 침묵한다면, 그것도 또 다른 형태의 아름다움"이라며 "정확히 맞히는 것보다 사유의 여백을 남기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의 대화는 결국 같은 메시지로 모였다. AI의 미래는 정밀함이 아니라 사유에 있다.
기계가 계산을 잘하는 시대는 끝났고, 이제는 기계가 인간처럼 망설이고, 질문하고, 상상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