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1.2% 성장, 소비쿠폰 등 효과
과대평가 금물… 경제 체질 강화해야
과대평가 금물… 경제 체질 강화해야
성장률 반등은 민간 소비가 주효했다. 승용차, 통신기기 등 재화와 음식점·의료 서비스 소비가 모두 증가했다. 전체적으로 1.3% 증가해 지난 2022년 3·4분기 이후 최대 성장폭을 기록했다. 정부의 확장형 재정정책 기조로 정부 소비도 1.2% 늘었고, 설비투자는 2.4%가 증가했다. 냉기만 돌던 내수 시장에 미약하게나마 온기가 퍼진 것이다.
반도체 호황 효과도 톡톡히 봤다. 해외 공장들의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면서 뒷걸음치던 수출은 다시 살아났다. 자동차는 고관세로 막힌 미국 시장 대신 유럽, 중동 등 대체지역을 개척하면서 수출 호조를 이어갔다. 반도체, 자동차가 우려와 달리 수출 '맏형' 역할을 해내면서 성장을 뒷받침해 준 것이다.
정부는 1%대 성장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날 기재부는 "전형적인 경기회복 국면에 들어섰다"고 진단하면서 올해 연간 성장 전망을 기존 0.9%에서 1%대로 상향 조정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기재부는 "3·4분기야말로 새 정부의 온전한 첫 경제성적표"라는 평가까지 했다.
0%대 성장을 면한 것이 반길 일이긴 하나 과대평가는 해가 될 수 있다. 소비가 증가한 것도 정부의 민생 지원금과 쿠폰 효과가 지대했다고 봐야 한다. 3·4분기까지 반영된 1차 쿠폰 규모가 9조2000억원에 이른다. 지난 9월 말부터 지급된 2차 쿠폰이 4조5000억원 규모다. 2차 쿠폰 금액은 4·4분기 성장에 반영될 것이다.
문제는 쿠폰 소비가 종료된 이후에도 민간 소비가 이어질 수 있느냐다. 시장 물가는 안 오른 품목이 없다. 과일, 채소 등 먹거리 물가부터 식료품비, 외식비가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눈덩이로 불어난 가계빚은 줄어들 기미가 안 보인다. 이자 고통에 시달리는 가계와 영세업자들에게 금리인하는 절실한 문제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금융당국은 집값 불안에 금리를 손도 못 대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매번 갈팡질팡한다. 소비에 훈기가 지속되려면 정부의 정교한 내수진작책이 이어져야 한다.
수출도 낙관할 상황이 아니다. 인공지능 서버에 들어가는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반도체 업체들이 호황기를 맞았으나 곳곳에 난관이 있다. 특히나 국내 업체가 주력인 메모리반도체는 중국의 추격전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지금 기술과 생산능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반도체를 빼면 수출 성적이 제자리걸음인 것도 문제다. 석유화학 산업의 불황 등 제조업의 일각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다.
경직된 노동법규와 근무제도, 말뿐인 규제개혁 등 기업의 발목을 잡는 제도적 문제점들을 손봐야 한다. 이를 외면한 채 성장률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기업들의 피해가 더 커지지 않도록 미국과 관세협상도 제대로 마무리해야 한다. 일정에 떠밀려 성급하게 협상에 임해서도 안 되겠지만 장기전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경제 전체 체력을 키우고 혁신을 이어가야 의미 있는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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