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최민희 축의금' 논란 확산, 부끄러운 한국 정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28 18:33

수정 2025.10.28 18:33

문제 일으킨 최 의원, 자숙 않고 역공
野도 자유롭지 못해… 자정노력 필요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딸 결혼식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거세게 일고 있다. 최 의원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자료를 읽고 있다. .> /사진=뉴시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딸 결혼식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거세게 일고 있다. 최 의원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자료를 읽고 있다. .> /사진=뉴시스
국가의 핵심 기술·정보 인프라를 다루는 국회 상임위원장의 딸 결혼식에서 시작된 정치적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인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정감사 기간 딸 결혼식 날짜를 잡고 모바일 청첩장에 카드결제 링크를 넣은 사실이 알려진 게 지난달 말이다. 이달 18일에는 국회에서 결혼식이 열렸고, 피감기관과 기업 관계자들이 축의금을 전달했다.

공인으로서 처신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일자 최 의원은 "양자역학 공부로 바빠 딸 결혼식에 신경을 못 썼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어 26일에는 최 의원이 피감기관 축의금을 돌려주라고 보좌관에게 지시하는 문자메시지가 언론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 메시지에는 대기업과 피감기관 이름, 최대 100만원에 이르는 축의금 내역이 담겨 있었다.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100만원의 축의금을 순수한 축하의 표현이라고 보기 어렵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가 이해관계자로부터 5만원을 초과하는 축의금을 받을 수 없으며, 이를 수령한 경우 즉시 소속기관장에게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 의원이 논란이 불거진 뒤 일부를 돌려줬다고 해서 법 위반이 아니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축의금 환급 사실만 강조하며 "공직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처신"이라고 옹호했다. 같은 편이라면 어떤 잘못도 눈감아 줄 수 있다는 건가.

최 의원은 28일 SNS에 "허위·조작 정보에 휘둘리지 말고 깨어 있어야 한다"며 노무현 정신을 강조했다. 이어 "교활한 암세포들이 (건강세포를 보호하는) 조절T세포를 유혹한다"고 적었다. 자숙하고 사과해도 모자랄 판에 내로남불식 언행과 편 가르기로 오히려 논란을 키우는 모습이다.

국회의원들은 연간 1억5600만원의 세비에 최대 1억5000만원의 정치후원금을 받을 수 있다. 출장 시 비행기 비즈니스석과 KTX 특실을 무상으로 이용하는 등 의원의 특혜가 180가지에 이른다는 말도 있다. 한국의 정치권이 이런 특권에 걸맞은 책임을 다해 왔는지 의문이다.

정치인이 법망을 피해 많은 금품을 받고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 것은 한국 정치의 오랜 병폐다. 국회의원들의 출판기념회는 사실상 음성적 정치자금 모집 수단으로 활용돼 왔지만 현행법상 공개 대상이 아니다. 출판기념회나 결혼식의 축의금 수수는 의원 신분을 이용한 보이지 않는 특권이라고 할 수 있다. 야당이라고 해서 이 문제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100만원 축의금'을 둘러싼 여야의 정쟁은 부끄러운 한국 정치의 현주소다.
여야를 막론하고 축의금 총액이 억대를 넘을 것이나, 어떤 제재도 없다. 법의 한도를 넘어서는 축의금은 당연히 돌려줘야 한다.
그에 앞서 내역을 공개하거나 한도를 넘는 금액을 받지 않는다는 최소한의 자정 노력과 법적 제재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