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SK하이닉스 "내년 물량 솔드아웃"…'동시다발' 주문 쇄도

뉴시스

입력 2025.10.29 12:05

수정 2025.10.29 12:05

AI 추론의 시대…메모리 수요처 다변화 '독불장군' HBM도 일반 메모리와 협력 "초호황 시작"…메모리 산업 기대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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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SK하이닉스가 올해 3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회사를 향한 시장의 눈높이는 더욱더 높아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급증하는 AI(인공지능) 메모리 수요로 HBM(고대역폭메모리)뿐 아니라 D램과 낸드 플래시 메모리 전제품의 내년 생산분이 이미 솔드 아웃(매진) 됐다고 공언했다.

AI 서버는 물론 일반 서버의 주문도 쇄도하고 있다. 메모리 품귀 현상이 수요 산업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어, 가격 상승과 출하량 증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초호황기가 나타날 것이란 기대치를 언급했다.

◆SK하이닉스가 만든 HBM, 게임의 법칙 바꿔
29일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매출 24조4489억원, 영업이익 11조3834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올렸다.



AI 산업이 불러온 대 투자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HBM뿐 아니라 일반 메모리까지 품귀 현상을 빚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덕분이다.

이날 SK하이닉스는 이미 내년 물량이 완판됐다고 밝혔다. 선 PO(구매 주문서) 발행이나 다년간의 LTA(장기 공급계약) 체결 등 다양한 방식의 선 주문이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메모리 업체들이 수요 대응을 위해 설비 투자를 늘리고 이에 시장이 공급 과잉으로 전환되며 그 결과 다운사이클을 경험했던 시장 상황과 차별화되는 모습이다.

특히 AI 메모리의 범주가 확장되고 있다.

그동안 AI 메모리는 AI 반도체에 들어가는 HBM(고대역폭메모리)에 불과했으나, 최근엔 AI 산업에서 범용 메모리의 수요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게 SK하이닉스의 설명이다.

특히 생성형 AI 등을 서비스하는 추론(Inference)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자,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의 수준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AI 서버가 혼자 모든 연산을 처리하는 것이 불가능할 지경이다. 이에 일반 서버나 스마트폰, PC 등 이른바 엣지 디바이스로 연산 부담을 분산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PC나 스마트폰 역시 AI 기능 확산으로 메모리 용량이 커지면서 수요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제27회 반도체대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SK하이닉스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2025.10.22.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제27회 반도체대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SK하이닉스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2025.10.22. hwang@newsis.com

◆HBM 독주하던 AI 메모리, 다변화 시대 개막
이런 시장 상황에서는 HBM도 '독불장군'일 수 없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AI 모델은 대화나 긴 문장을 이해하고 답변을 만들기 위해 'KV캐시(Key-Value Cache)'라는 임시 데이터를 메모리에 저장하는 특성이 있다.

현재 이 메모리는 빠르게 연산하기 위해 현존 최고 성능인 HBM이 주로 활용된다. 하지만 AI 모델의 효율적 운영과 수익성 확보를 위해 일반 D램과 기업용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등 다양한 메모리를 활용해 데이터 병목을 줄이려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HBM에만 쏠리던 고객 수요가 일반 D램과 낸드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지난 3분기 AI 서버향 D램 수요가 늘며 128GB 이상 고용량 DDR5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내년 서버용 D램 시장 출하량 전망을 올해보다 10% 후반대로 증가할 것으로 짐작했다. 앞서 지난 9월 마이크론이 서버 출하량 증가율 전망치를 '한 자릿수 중반'에서 '10%'로 상향했는데, 이보다도 더 낙관적인 기대감을 피력한 것이다.

에이전트 AI의 시대를 넘어, 앞으로 열릴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물리적 AI 시대가 온다면 이런 메모리 수요는 더 급속하게 늘어날 수 있다.

HBM 홀로 주도하던 AI 메모리 시장이 전방위적으로 메모리 수요가 폭증하는 구조적 성장의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업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제27회 반도체대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SK하이닉스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2025.10.22.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제27회 반도체대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SK하이닉스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2025.10.22. hwang@newsis.com

◆SK하이닉스 초황기, 이례적 언급…실적 기대감 증폭
SK하이닉스는 이런 예기지 못한 구조적 성장으로 메모리 산업이 초호황기에 진입했다고 이날 진단했다. 이른바 '메모리 슈퍼사이클'이다.

SK하이닉스는 이날 "AI는 메모리 수요의 근본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며 "하지만 HBM 생산 비중 확대는 D램 산업의 공급 증가를 구조적으로 제약해 이번 메모리 슈퍼 사이클의 장기화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헀다. 앞서 지난 2017~2018년 슈퍼 사이클과는 폭과 기간 모두 차별화 될 것이란 기대다.

증권가에선 SK하이닉스의 향후 실적 전망에 대한 기대감은 앞으로 더 증폭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최근 3개월 새 최저가(24만5000원)보다 2배 이상 높은 53만5000원까지 급속히 올랐는데 메릴린치, IBK투자증권 등에서는 최근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70만원으로 높여 추가 상승 가능성을 제기한 상태다.

SK하이닉스는 오는 4분기에 고부가 제품인 차세대 HBM4(6세대) 제품의 판매를 시작한다. 또 HBM과 서버 D램, 기업용 SSD를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나, 출하량을 급격하게 늘리기보다는 재고 수준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사업 호조에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에도 기대감이 실릴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와 마찬가지로 올해 3분기 HBM 공급 확대와 범용 D램 가격 상승의 영향이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액면분할 이후 사상 처음으로 10만원을 넘겼으며, IBK투자증권 등은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를 14만원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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