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앞두고 경주역부터 황리단길·보문단지까지 북적
비수기 10월에 숙박·식당 만실 행렬
야간 조명·조형물로 달라진 거리, 시민들 "경주관광 부활"
경주시, 회의 이후에도 외국인 맞춤 관광 인프라 개선 추진
비수기 10월에 숙박·식당 만실 행렬
야간 조명·조형물로 달라진 거리, 시민들 "경주관광 부활"
경주시, 회의 이후에도 외국인 맞춤 관광 인프라 개선 추진
27일 오전 경북 경주시 경주역. 열차가 도착하자 플랫폼으로 탑승객들이 쏟아져 나왔다. 전통 한복을 입고 청사초롱을 든 자원봉사자들이 방문객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이들을 본 외국인 관광객은 가방을 자리에 두고 한달음에 달려가 사진을 요청했다. 역을 빠져나온 외국인 방문객에게는 검은 도포와 갓을 쓴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들이 'APEC 2025 KOREA' 로고가 찍힌 환영 키트를 전달했다.
경주역 택시 승강장도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택시로 30분가량 시내로 이동하자 보문호를 따라 숙박단지가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주차장마다 차량이 빽빽했고, 인근 경주월드에는 수학여행 버스 여러 대가 세워져 있었다. 보문관광단지 외곽 펜션 직원은 "평소 10월은 비수기라 방이 남는데 이번 주는 평일까지 만실"이라며 "관광객뿐 아니라 행사 근무자, 자원봉사자, 경찰 등 숙박 문의가 몰렸다"고 설명했다.
해가 저문 오후 6시께, 보문단지 호반광장 중앙에는 박혁거세 탄생 설화를 형상화한 15m 높이의 APEC 상징 조형물이 조명을 받아 은은한 빛을 냈다. 호수 인근 카페에서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커피를 마시며 조명이 비치는 호수를 촬영했고, 신라 문양을 본뜬 달빛 조형물이 이어진 수변길에는 산책객이 끊이지 않았다. 경주 시민 이모씨(43)는 "경주에는 '사람은 화장발, 경주는 조명발'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야경이 유명하다"며 "APEC을 계기로 도시가 새로 단장돼 낭만이 더 살아났다"고 전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국적을 가리지 않고 다양했다. 경주 명물 십원빵 가게 앞에는 외국인과 국내 여행객이 10여분 넘게 줄을 섰다. 간식 가게 직원 최모씨(23)는 "APEC 때문에 외국 손님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사진을 가리키며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고 땀을 닦았다.
한옥 카페마다 잔을 든 관광객들이 외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고, 기념품점에서는 첨성대 모양의 미니어처를 고르는 외국인도 보였다. 대만에서 온 천웨이린씨(29)는 "한국 여행 중인데 APEC 행사로 일정을 바꿨다"며 "날씨도 맑고 거리도 깨끗하다"고 말했다.
황리단길을 벗어나 대릉원으로 향하자 잔디와 거목 사이로 관광객 무리가 줄지어 걸었다. 다음달 16일까지 무료 개방하는 천마총에는 단체 관광객이 몰렸다. 대릉원 관계자는 "이달 들어 외국인 단체 입장이 하루 20팀 가까이 된다"며 "예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고 부연했다. 대릉원 일대에는 전통문화 체험 부스와 공연 무대가 설치돼 있었고, 외국인과 어린이들이 딱지치기·윷놀이를 체험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경주 전역은 이번 APEC을 계기로 새 옷을 입었다. 주요 도로가 새로 포장되고, 가로수와 조명도 정비됐다. 택시 기사 손일호씨(56)는 "시 전체가 나서서 매일 버스정류장 거미줄까지 닦는다"며 "도시가 훨씬 깨끗해지고 손님도 많아졌다"고 전했다. 기념품 가게 직원 오모씨(39)는 "최근 몇 년간 관광객이 꾸준히 늘었지만 지난겨울 이후 손님이 뚝 끊겼다"며 "이번 APEC으로 경주가 다시 활기를 찾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편 경주시는 APEC 정상회의 이후에도 관광 인프라 정비와 숙박·교통시설 개선을 이어가며,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맞춰 통역 인력 확충과 안내 체계 보강 등 후속 조치를 추진할 방침이다.
425_sama@fnnews.com 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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