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한국에서는 영원(永遠)을 위해 건물을 짓지 않습니다.”
피터 슈말(Peter Schmal) 프랑크푸르트 독일건축박물관장이 한 말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땅이 있으면 아무리 오래된 건축물이라도 부수고 건물 또는 아파트를 짓는게 당연시 되고 있다. 그래서 서울 등 주요 도시는 항상 ‘공사(工事) 중’이다.
서울대 공대와 예일대 대학원에서 건축을 공부했고 김종성, 김태수 등의 사무소에서 수련한 건축가 황두진은 이런 흐름에 진지하게 맞선다.
저자는 의미있는 공간으로 재해석되며 삶과 사회를 활성화하는 오래된 건축물을 레거시 플레이스(legacy place)라 명명한다.
이 책은 그가 2018년부터 6년 동안 독서클럽 트레바리의 ‘그래, 도시!’ 멤버들과 함께 또는 저자가 별도로 답사한 전국 60여개 레거시 플레이스들을 대상으로 한다. 그는 “코로나가 끝난 후에는 일본과 대만, 만주까지 다녀왔다”고 했다.
레거시 플레이스에 해당하는 기준으로 저자는 어느 정도의 연륜, 원형(原型)에 대한 존중, 원래 용도의 유지, 공공성 등 4가지를 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밀레니엄힐튼서울호텔을 시작으로 서울 시내 종묘, 중앙고교, 천도교 중앙대교당, 삼일빌딩, 장충동 태극당, 한양도성, 노량진 지하배수로 등과 부산 해운대 성당, 대구 무영당, 하동 청년회관, 제천 의림지, 영주 부석사 등 54곳을 책에 담았다.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국 현대건축의 지평을 넓혀가는 저자는 한옥(韓屋)을 현대건축의 시각에서 재해석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그는 “레거시 플레이스를 유지·관리하려면 공공의 지원이나 시민의식이 절실하다”며 “일정한 수익 창출을 목표로 소액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대안적 리츠(REITs·부동산 투자신탁) 같은 방안을 도입할만하다”고 말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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