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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도 결국 사람이었다”… 18이닝 9출루 뒤 17시간 만에 마운드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29 16:43

수정 2025.10.29 16:43

LA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가 29일(한국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2025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4차전에 선발 등판, 7회초 연속 안타를 맞은 후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뉴시스
LA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가 29일(한국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2025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4차전에 선발 등판, 7회초 연속 안타를 맞은 후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야구의 신(神)이라 불리던 오타니 쇼헤이(31·LA 다저스)가 결국 ‘인간의 한계’ 앞에 멈췄다.

그의 등판 간격은 단 ‘17시간’. 전날 18이닝 혈투에서 9번이나 출루한 ‘역사적 경기’를 치른 뒤, 다음 날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섰다. 그 결과는 패전. 그러나 누구도 그를 비난하지 않았다.

2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다저스타디움. 오타니는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월드시리즈(WS·7전 4승제) 4차전에 선발로 나서 6이닝 6피안타(1홈런) 1볼넷 6탈삼진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그럼에도 팬들은 오타니를 향해 기립박수를 보냈다.

‘패전’이 아닌 ‘헌신’이었다.

그 전날, 3차전은 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혈전이었다. 오타니는 1번 지명타자로 나서 4안타(홈런 2개 포함)·5볼넷으로 무려 9번 출루했다. 포스트시즌 한 경기 최다 출루 신기록. 정규시즌을 포함해도 MLB 전체 역사상 단 4번밖에 없던 대기록이었다. 그 경기는 현지 시간 자정이 다 돼서야 끝났다.

끝내기 홈런의 순간, 오타니는 이미 7시간 넘게 경기장을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단 17시간 뒤, 그는 또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휴식’이 아닌 ‘전장 복귀’였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가 29일(한국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LA 다저스와의 2025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3회초 투런 홈런을 날린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뉴시스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가 29일(한국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LA 다저스와의 2025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3회초 투런 홈런을 날린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뉴시스
다저스는 전날 연장전으로 불펜을 모두 소진했다. 결국 오타니는 스스로에게 ‘또 한 번의 미션’을 부여했다. 6회까지 2실점으로 버텨냈지만, 7회에 들어선 그의 눈빛은 지쳐 있었다. 패스트볼의 구속은 눈에 띄게 떨어졌고, 게레로 주니어에게 통산 3번째 홈런을 허용했다. 다저스 벤치는 그를 7회 초, 무사 2·3루 상황에서 교체했다. 오타니의 자책은 4점으로 늘었다.

경기 후 그는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결과가 따라오지 않았다”며 자책했지만, 누구도 그를 비난하지 않았다. MLB 현지 방송들은 “이건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일정이었다”며 그를 ‘철인’이라 불렀다.

시리즈는 2승 2패로 원점이 됐다. 그러나 이 시리즈의 중심에는 여전히 오타니가 있다. 9출루와 선발등판, 이 두 단어만으로 이번 월드시리즈는 영원히 회자될 것이다. 그의 방망이와 팔은 지금도 야구라는 종교의 제단 위에서 불타고 있다.

누군가는 오타니는 결국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토록 혹독한 현실 속에서도 다시 일어나는 그를 본 팬들은, 이렇게 답한다.


“그래서 오타니는, 여전히 신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