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북한이 해외 탈북민과 반체제 인사를 상대로 한반도와 아시아 대륙을 넘어 국경을 넘나드는 '초국가적 억압'(Transnational Repression, TNR)을 지속하고 있다는 분석이 29일 제기됐다.
인권조사기록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과 국제법 재단인 글로벌라이츠 컴플라이언스(GRC)는 지난해부터 공동 설계·착수한 '북한의 초국가적 억압' 프로젝트의 첫 번째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자행하고 있는 초국가적 억압의 4가지 유형을 분석, 김정은 정권 하에서 발생한 주요 사건들을 정리했다.
'초국가적 억압'은 국가 안보와 주권, 인권, 국제법 원칙을 위협하는 심각한 위협을 가리킨다. 지난 2021년 미국의 국제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는 2014~2020년 31개국 정부가 79개국에서 자행한 직접적·신체적 억압인 암살, 폭행, 구금, 추방 등 사건 608건을 조사하며 알려진 용어이기도 하다.
보고서에서 TJWG는 △직접 공격(암살·납치) △타국 끌어들이기(강제 송환 공조) △이동 능력 통제(여권 압류·가족 인질화) △원거리 협박(사이버 공격·대리 억압) 등 4가지 유형으로 초국가적 억압 사례를 분류했다.
대표적으로는 망명 신청 인사들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혐의로 체포 및 적법 절차 없는 송환, 해외 파견 노동자의 여권 압류와 북한 내 가족 인질화, 북한 보위부의 협박에 의한 한국 정착 탈북민의 다른 탈북민 정보 제공 등의 사례가 있다.
TJWG는 "(북한의) 3대 세습 체제는 해외의 자국민을 통제하고 망명을 차단하기 위해 국외 감시망과 억제 장치를 수십 년간 정교하게 구축해 왔다"며 실제로 한국, 일본, 중국, 말레이시아, 라오스, 러시아, 이탈리아, 프랑스, 쿠바, 미국 등 10개국에서 관련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1948년 이후 북한이 외교공관, 무역대표부, 해외 파견 노동, 유학 등으로 자국민을 파견한 나라가 누적 약 90개국에 이른다"며 "북한은 해외 곳곳에 설치한 대사관과 영사관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며 이러한 외교 공관은 단순한 외교 거점이 아니라 초국가적 억압을 실행하는 거점 기능도 한다"라고 짚었다.
미국은 2021년 '초국가적 억압 책임규명 및 방지법'(TRAP Act)을 제정했다. 2023년 유럽평의회도 초국가적 억압을 법의 지배와 인권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유럽 회원국의 사법 당국이 초국가적 공격의 보고·수사·가해자 식별을 위한 훈련과 재원을 늘릴 것을 결의했다.
TJWG는 "국내에서 탈북민 신변 보호와 북한 요원 검거 등이 이뤄지고 있지만, 국외에서 횡행하는 북한의 초국가적 억압에 체계적으로 대항하기 위한 법적·제도적·정책적 체계는 미흡하다"라고 평가했다.
TJWG는 이번 보고서를 시작으로 총 3편의 이슈브리프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초국가적 억압 실태를 고발한다. 후속 보고서는 중국과 러시아 지역 사례를 집중 분석할 예정이다. 아울러 발표된 보고서를 토대로 내년에 서울에서 개최될 국제회의에서 대항책을 논의하고 종합보고서를 국제적으로 배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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