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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한미 무역협상 줄다리기, 포기 말고 지속 협의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29 18:07

수정 2025.10.29 18:07

APEC 개막, 한미 정상회담 개최
대미투자 큰틀 합의 속 타결 지연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한미 정상회담 기념촬영을 마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한미 정상회담 기념촬영을 마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대통령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한국을 국빈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 관계는 동맹의 현대화를 통해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해야 한다"며 "대한민국도 방위비 증액과 방위산업 발전을 통해 자체적 방위역량을 대폭 키울 것"이라고 약속했다.

현재 한미 관계는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북핵 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근의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밀착 관계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요청에 미사일 발사로 응수하면서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리는 APEC 무대를 활용해 미국, 일본과의 안보협력을 다지면서 30일 방한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주변국들과의 관계 개선도 모색해야 한다.

양국 간 초미의 관심사는 3500억달러 대미투자를 골자로 하는 무역협상이다. 큰 틀에서는 의견이 근접한 듯하지만 여전히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날 양국 정상회담에서 타결될 것이라는 예상도 없었던 것은 아니나 결국 무산됐다.

그러나 한미 무역협상이 완전히 결렬된 것은 아닌 만큼 APEC 이후에도 우리는 미국과 세부협상을 중단하거나 너무 지연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최종 합의가 늦어질수록 기업들의 피해는 커질 수 있다. 이미 자동차 업종의 수출 차질은 현실화되고 있다. 국익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최소한의 양보로 마무리되면 좋을 것이다.

이날 정상회담에서 대미투자금 운용방식 등에 관한 구체적인 언급이 나오진 않았지만, 협상이 곧 타결될 것이라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상황은 나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양국의 시각차가 있기는 하지만,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한미 무역협상에 조선협력이라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있는 것은 우리로서는 다행이다. 미국 입장에서 한국을 제외한 조선협력을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의 조선 능력은 우리보다 크게 뒤처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한국이) 조선업의 대가(master)가 됐다"며 한국의 조선 능력을 추켜세우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박 건조는 필수적인 일로, 필라델피아 조선소와 다른 여러 곳에서 우리가 (함께) 일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의) 여러분들이 들어와 미국에서 배를 함께 만들고 있다. 짧은 기간 안에 최고로 올라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한국의 협력이 절실함을 간접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한국의 안보는 동맹 관계인 미국을 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이 대통령이 방위비 증액을 약속하고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한미 관계를 더 발전시키고 강화하자고 제안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이 대통령은 핵추진 잠수함의 연료를 공급해 달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요청, 눈길을 끌었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또는 미국의 동의가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일 것이다.


다음 달 1일까지 열릴 한중·한일 정상회담에서도 우리는 실용주의를 견지하면서 어느 쪽에 치우치지 않는 절묘한 외교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중국과는 대북 관계의 중재자 역할을 요청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와 가까이 있으면서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가는 현재로선 중국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