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최근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 잔고가 높은 종목일수록 주가가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공매도 투자자들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되사들이는 '숏커버'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시장의 상승세를 한층 부추기고 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9일 삼성전자(005930)는 전일 대비 1000원(1.01%) 오른 10만 500원에 장을 마쳤다. 27일 기록했던 '10만전자'를 2거래일 만에 다시 회복했다. 공매도 잔고는 1290억 원어치나 쌓여 있지만 주가는 계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가 계속 오르면서 공매도 세력이 잇달아 포지션을 청산(숏커버)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28일 기준 최근 한 달간 코스피 시장에서 대차잔고(빌린주식) 상환이 가장 많이 발생한 종목이 삼성전자다.
공매도 거래는 주식을 빌려 먼저 판 뒤 주가가 하락하면 다시 사서 갚는 방식으로 차익을 얻는다.
대차상환이 증가한다는 것은 빌려서 팔았던 주식을 되갚은 거래가 늘었다는 의미다. 즉, 기존 공매도 세력이 숏(매도) 포지션을 정리하고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삼성전자 다음으로 대차상환이 많았던 종목은 TIGER TOP10, KODEX 200, HMM(011200), 삼성중공업(010140), SK하이닉스(000660) 순이다. 그중 HMM을 제외하고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종목이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단연 에코프로(086520)의 대차상환이 가장 많았다. 최근 한 달 동안 787만 3311주를 상환했다. 해당 기간 에코프로는 102% 올랐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가가 예상과 달리 강세를 보이자 공매도 투자자들이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매수에 나서면서 상승세가 가속화되는 '역공매도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계속된 주가 상승 분위기를 낙관하기는 이르다. 대차상환이 발생하면서도 대차잔고는 계속 늘고 있어서다. 기존 숏 물량이 사라지고 신규 숏포지션이 유입되고 있다.
실제 코스피 공매도 순보유잔고액은 이달 12조 원을 넘어선 뒤 지난 24일 12조 8300억 원을 기록했다. 공매도가 전면 재개된 올해 3월 31일 이후 최고치다. 공매도 순보유잔고액은 빌린 주식 중 아직 상환되지 않은 물량이다.
공매도의 선행 지표로 불리는 대차잔고 또한 사상 최고 수준이다. 28일 기준 대차잔고는 122조 8742억 원으로 올해 들어 최고 수준이다. 대차잔고는 공매도 거래의 기반이 되는 만큼 시장 내 공매도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지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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